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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사설] 경제는 추락하는데 “위기 언급 무책임하다”는 靑 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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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글로벌 경제지표를 분석한 결과 글로벌 종합지수가 지난 8월 0.4428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3년여 만에 최저치다. 세계 경제가 ‘동시적 스태그네이션’시대에 진입했다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스태그네이션은 장기 저성장을 뜻하는 용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종합지수다. 8월 -7.5127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월 -9.0215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우리 경제가 위기 수준에 바짝 접근하고 있다는 뜻이다.

위험 신호는 국내 조사에서도 똑같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2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4분기 제조업 경기를 조사한 결과, 경기전망지수(BSI)는 72로 또 1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수는 4분기 기준으로 2017년 85, 지난해 75로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조사 대상 기업 중 62.5%는 올해 영업이익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한다. 제조업 생산능력은 반세기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고, 고용 시장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사태가 이런 지경이라면 정부에서도 당연히 걱정하는 소리가 쏟아져야 한다. 실상은 딴판이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그제 “한국 경제는 선방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이 위기라면 미국 빼고 다 위기여야 한다”며 “위기를 너무 쉽게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도 했다. 눈을 부릅뜨고 살펴야 할 위기 징후에는 눈을 감고, 외려 경제를 걱정하는 쪽을 힐난하는 말이다. 청와대가 ‘경제 참사’에 눈을 감은 채 통계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부실한 정책을 반성하기보다 남 탓을 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이런 식이니 경제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청와대가 궤변을 늘어놓는다고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가 나아졌다고 느낄 리 만무하다. 나라 경제가 난파선으로 변하기 전에 청와대는 잘못된 인식부터 바로잡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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