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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 이사장 “북 월드컵 중계·취재 거부, 대남 메시지로 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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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상대 ‘긴장 관리’, 축구에 불똥”

경향신문

“어차피 북한은 운동경기 생중계를 꺼려왔다. 내부적으로 방송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측이 취재진 방북조차 막은 것은 의도를 갖고 남북 축구의 이벤트화를 막고 있다고 봐야 한다.”

굳이 월드컵 예선이 아니더라도 남북 축구는 뜨거운 관심이다. 하지만 15일 평양 김일성종합경기장에서 열리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H조 예선에서 맞닥뜨리는 남북 축구를 생방송 시청할 수 없게 됐다. 하루 이틀 늦게 녹화중계라도 볼 수 있을지조차 현재까지 미지수다.

2005년 이후 북측과 오랜 축구교류 경험을 갖고 있는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사진)은 이날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오전 일찍 열린 경기는 당일 저녁 조선중앙TV에서 녹화방영하지만 이번 남북 경기가 오후 5시30분에 시작하는 만큼 북에서도 16일에나 방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김일성경기장 프레스센터에는 와이파이가 가능하기에 문자로나마 경기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해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대한체육회 남북교류위원회 위원을 겸임하고 있는 김 이사장은 “북측이 취재진 방북까지 허용하지 않은 것은 남측에 보내는 메시지로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조선축구협회는 대한축구협회에 보낸 공문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라 경기를 진행하겠지만 경기 외적인 응원단이나 취재진 문제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측이 모든 남북 교류를 중단한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는 말이다.

북측은 남측의 신무기 도입과 한·미 연합훈련 강행을 빌미로 남북 대화 및 민간 교류를 중단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월드컵 축구를 특별히 타깃으로 삼았다기보다는 미국, 한국을 상대로 ‘긴장 관리’를 하는 기간에 하필 월드컵 예선이 열리게 돼 엉뚱하게 그 피해를 축구가 보게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남북 축구에 정치가 개입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예선 때는 남측이 태극기 게양을 주장하고, 북측은 한반도기를 고집해 결국 당초 경기 예정지인 평양이 아닌 제3국인 중국 상하이에서 경기가 열렸다. 김 이사장은 “이번엔 우리 정부가 남북 교류 재개를 위해 마지막까지 응원단 파견과 중계방송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성사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FIFA 규정에 따르면 지역예선 주최국은 FIFA 감독관에게 경기 영상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국내 방송사들이 경기 영상을 FIFA로부터 넘겨받아 방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남북체육교류협회는 지난 9월 평양 실무협의에서 11월 중 평양에서 남북 유소년축구대회를 개최키로 잠정 합의해놓은 상태다.

글 김진호 국제전문기자·사진 김영민 기자 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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