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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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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부터 추첨에 들어가겠습니다.” 기사를 위해 어투를 바꾼 것이 아닙니다. 한가위 퀴즈큰잔치 출제위원장 박태우 기자는 정말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계처럼, 공정하고 차갑게. 추첨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회의실로 향하던 편집장 발걸음이 머쓱해졌습니다. “이번에는 제 자리에서 합니다, 컴퓨터로.”(관련 기사는 40~45쪽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봄 <한겨레21> 뉴스룸에 처음 들어서던 날, 황톳빛 묵직한 함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겨레21> 한가위 퀴즈 대잔치 추첨함’이라는 종이가 붙었는데, 그 쓰임을 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긴장감 넘치는 음악이 깔리고, 누군가 조마조마해하며 저 함에 손을 넣고, 한 사람 한 사람 당첨 독자가 발표될 때마다 박수가 쏟아지고, 그런 풍경일까.

컴퓨터 추첨은 상상과 전혀 달리 클릭과 클릭으로 이어졌지만, 공정성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엑셀로 정리한 엽서 리스트에, 0~1 사이 난수를 무작위로 부여한 뒤 작은 순서대로 늘어세우고….” 차분한 저음으로 출제위원장이 설명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증거 영상으로 남겼습니다. 지켜보던 편집장은 ‘기계와 공정성’을 기삿거리로 슬쩍 던져봅니다. 당첨자가 발표되고 뉴스룸에 한바탕 웃음이 번집니다. 쓸모 잃은 손때 묻은 황톳빛 추첨함만 그 자리에서 황망합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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