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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기자24시] 21세기 新경계인 `탈북민`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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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인터뷰했던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의 가족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그의 불안이 느껴졌다. 탈북민 디아스포라 기사가 나간 후 북한에 있는 친척들이 다칠까봐 염려된다고 했다. 순간 정신이 바짝 들었다. 그날, 새 소식을 전해야 하는 역할과 취재원 보호라는 역할을 되뇌면서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해외에서 만난 탈북민들에게 다양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가령 그들도 대한민국의 지원이 고맙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한국의 지원 규모가 결코 작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한국을 등지는 것은 인간적 모멸감 그리고 이방인이 된 것 같은 서러움 때문이다. 영국 런던에서 만난 탈북민들은 떠난 이유에 대해 "영국은 언어 문제로 힘들지만 마음의 안정을 주는 반면 한국에서는 보호받지 못한다고 느낀다"고 속내를 말했다. 여러 인종이 섞여 있는 외국에서 차라리 조용히 살겠다는 것이다. 특히 같은 민족에게 무시당하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듯했다. 또 다른 탈북민도 "같은 민족에게 당하는 모욕감은 훨씬 심하다. 한국에서 일할 때 조선족보다 못한 취급을 받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제3국에서 태어난 탈북민 2세들도 말 못할 고통에 괴로워하고 있다. 가령 이들이 중국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와도 한국에서 학력을 인정받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전 학년 성적표와 졸업증명서를 중국에서 공증받아야 한다. 공증서를 다시 중국 내 한국 영사관으로 가져가 직인을 찍어야 효력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중국 간 외교문서 간소화 협약 '아포스티유(Apostille)'가 체결돼 있지 않아 그렇다. 그러다 보니 제3국에서 태어난 탈북민 자녀들이 중국에서의 학력을 인정받는 것을 포기하고 암기식 검정고시에 매달리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취재 과정에서 들은 제3국에서 태어난 탈북민 자녀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아이는 "다른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가 사랑해서 태어났는데 우리는 폭력적인 상황에서 태어난 것이잖아요"라고 말했다.

최근 탈북 모자 사망사건에 탈북민 사회가 좌절하고 분노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북한으로 돌아간 이탈주민도 최근 5년간 28명이다. 이들의 경고를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외교안보통일부 = 김정범 기자 nowher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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