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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일본은 왜 '럭비 월드컵'에 열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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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日서 개막, 아시아 첫 개최

'脫亞論' 메이지 시절부터 장려… 부국강병 추구 이미지와 부합

관람 티켓 이미 95% 팔려나가

일본 도쿄에서 20일 개막하는 럭비 월드컵에 일본 열도가 열광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럭비 월드컵은 일본 대 러시아전을 시작으로 11월 2일까지 일본 전역에서 개최된다. 남아공, 이탈리아 등 20개 팀이 참가해 총 48경기가 열리게 된다. 한국은 예선 탈락으로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북부 홋카이도부터 남서부 구마모토현에 이르기까지 일본 전역 12개 경기장에서 열리는 럭비 월드컵으로 일본은 축제 분위기다. 전체 관람 티켓 180만장의 95%가 판매됐다. 도쿄의 긴자, 롯폰기 일대의 음식점들은 지난해 축구 월드컵 때처럼 일본의 경기 일정에 맞춰 응원하면서 식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조선일보

럭비공 들고… - 일본을 방문한 저신다 아던(왼쪽) 뉴질랜드 총리가 19일 도쿄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며 국기가 새겨진 럭비공을 들고 있다. 일본에서는 20일부터 11월 2일까지 전 세계 20개국이 참가하는 럭비 월드컵이 열린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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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은 럭비 월드컵을 아시아에서 처음 유치한 데 대해 뿌듯해하는 분위기다. 럭비 월드컵은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탈아론(脫亞論)'을 내세우며 '아시아의 유럽'이 되는 것을 목표로 했던 일본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메이지 정부는 럭비 종주국인 영국과 1902년 동맹을 맺기 이전부터 럭비를 장려했다. 럭비가 강조하는 팀워크, 희생정신, 끈기는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추구하던 당시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졌다. 1920년대 일본 전역에 수천 개의 럭비팀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인기였다.

이런 전통 때문에 럭비는 지금도 일본에서 인기 스포츠 종목 중 하나로 손꼽힌다. 대학 럭비부 출신은 취업할 경우 기업에서 환영하는 인재들이다.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는 와세다대 럭비부 출신으로 정치권에도 적지 않은 럭비 팬이 자리 잡고 있다.

대회조직위의 분석에 따르면 럭비 월드컵으로 인한 경제 효과는 4372억엔(약 4조8000억원). 럭비 월드컵은 맥주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럭비 관객으로 맥주 소비량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기린 맥주는 요코하마 공장 생산량을 이번 달에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4배, 다음 달은 2.6배로 늘릴 계획이다. 이번 럭비 월드컵에는 50만~60만명의 해외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돼 '관광 일본'을 알리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럭비 월드컵을 2011년 대지진이 발생했던 동북부 지역의 부흥 계기로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당시 피해 지역의 하나인 이와테현에 '부흥 스타디움'으로 명명한 경기장에서 럭비 경기가 열리도록 했다. 사모아 대표팀 캠프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지점으로부터 불과 50㎞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설치하도록 손을 썼다.

럭비 월드컵에 맞춰서 출전국의 정상들이 잇달아 일본을 방문하고 있다. 럭비 애호국인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는 19일 도쿄에서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아던 총리는 20일 개회식에 참석하고 21일 뉴질랜드 대 남아공전을 관전한다. 피지, 사모아의 총리도 대회 중 일본을 방문한다.

영국에서는 잉글랜드나 스코틀랜드 등 영국 팀이 선전할 경우 10월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 축하식에 참석하는 찰스 왕세자의 일정이 다소 조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아베 총리는 럭비 월드컵을 적극 활용하는 '럭비 외교'에 나설 예정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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