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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음주 뺑소니범 풀어주며 “판사에게 금주 동영상 보내라”…법원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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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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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뺑소니를 한 뒤 측정도 거부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30대 남성에게 법원이 석 달 동안 술을 끊으면 형량을 줄여주는 ‘치유법원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시행한다. 해당 프로그램은 일정 기간 절제력과 책임감을 키워 피고인이 범죄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지난 23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3개월 정도 구금돼 있던 A(34)씨를 직권으로 보석 결정을 하며 석방했다.

보통 보증금을 받고 내주는 보석과 달리 재판부는 보증금을 받지 않았다. 단 ▶석 달간 금주 ▶오후 10시 이전 귀가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보석 조건 준수 여부는 온라인으로 확인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모바일을 통해서 감독하는 방법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고자 한다”면서 “비공개로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매일매일 보고서를 올려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채팅 방식으로 보석 준수 회의도 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와 A씨만 볼 수 있는 비공개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매일 오후 10시 술을 마시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올리란 뜻이다.

A씨는 이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다시 구치소로 돌아가야 한다. 재판부는 앞으로 석 달 동안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A씨의 생활 상태를 종합해 판결 선고에 반영할 방침이다. 검찰과 변호인 측도 이에 동의했다.

정 부장판사는 “핵심 내용은 정해진 기간 프로그램을 잘 이행하면 유리한 처벌이 내려진다는 것”이라면서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선물로서 유리한 처벌이 주어지는 것이다.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바로 보석이 취소돼 재수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A씨 항소심 2차 공판은 다음 달 27일 오후 2시 5분에 열릴 예정이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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