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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극한직업에서 기생충까지…올 천만영화 벌써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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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개봉작 네 편 천만은 처음

상반기 관객 사상 첫 1억명 돌파

역주행·N차 관람 ‘흥행 바람몰이’

‘중박’ 실종에 양극화 심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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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 영화 속 풍부한 디테일이 반복관람 열기를 낳았다. [사진 CJ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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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편째다. 봉준호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이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했다. 21일까지 누적 관객수는 1000만270명. ‘극한직업’(1626만), ‘어벤져스: 엔드게임’(1392만, 이하 ‘엔드게임’)과 상영중인 ‘알라딘’에 이어 올해 4번째이자 역대 26번째 천만영화다.

같은 해 개봉작 4편이 잇따라 천만영화가 되는 건 사상 처음이다. 2015년에도 ‘국제시장’ ‘베테랑’ ‘암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 4편이 천만 고지를 밟았지만, 그 중 ‘국제시장’은 전년도 연말 개봉작이었다.

그동안 천만영화는 2003년 연말 개봉한 ‘실미도’와 이듬해 초 ‘태극기 휘날리며’, 2005년 연말 ‘왕의 남자’와 이듬해 여름 ‘괴물’, 2012년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 2014년 ‘명량’ ‘겨울왕국’ ‘인터스텔라’ 등 한 해 많아야 2, 3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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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을 훌쩍 넘는 흥행 기록을 세운 ‘극한직업’. [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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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도 다양해졌다. 올해 첫 천만영화 ‘극한직업’은 형사들이 잠복수사를 위해 치킨집을 차리는 코미디. 국산 천만영화의 단골 소재였던 현대사의 비극이나 사극에 빗댄 현실비판과 거리가 먼데도 ‘명량’(1761만)에 이어 역대 흥행 2위까지 올랐다.

개봉 시기도 눈에 띈다. 설 연휴에 열흘 앞서 개봉한 ‘극한직업’을 제외하면 다른 세 편은 4~5월 개봉해 흥행 홈런을 쳤다. 극장가 최고 대목인 연말연시나 여름방학 특수를 누린 게 아니었다.

덕분에 상반기 전체 극장 관객 수는 사상 처음 1억 명을 넘어섰다. 올해 1~6월 관객 수(1억932만 명)와 매출액(9307억 원) 모두 지난해보다 각각 13.5%, 16.0%가 늘어 역대 상반기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기생충’은 ‘괴물’(2006)로 1300만 관객을 모았던 봉 감독의 흥행파워에 한국영화 첫 황금종려상 수상이 화제 몰이를 했다. 가족영화가 아닌 사회성 짙은 문제작, 장르영화인 동시에 예술영화임에도 젊은 관객은 물론 다양한 세대의 호응을 얻었다.

이정세 메가박스 영화사업본부장은 “중·장년 관객까지 극장으로 끌어낸 건 해외영화제 훈장 효과를 떼고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CGV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기생충’의 50대 이상 관객 비율은 약 15%로 ‘엔드게임’(7.2%)의 두 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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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CGV용산에서 열린 ‘알라딘’ 4DX 싱어롱 상영회. [사진 CJ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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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굵직한 흥행작에 ‘보고 또 보는’ N차 관람, 즉 반복 관람은 필수 현상이 됐다. 스크린 속 마법 양탄자가 날아오르는 순간 객석에선 주제곡 ‘어 홀 뉴 월드’ 합창이 터져 나왔다. 지난 19일 개봉 58일째를 맞은 ‘알라딘’의 CGV 4DX 싱어롱 상영관은 여전히 열기가 뜨거웠다. 움직이는 좌석에 특수효과를 더한 4D 등 이런 특수관 상영은 N차 관람 열기를 부추겼다. CGV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이 영화 재관람률은 8.7%. 같은 기간 흥행 10위권 평균 3.1%를 두 배 넘게 웃돌았다. 이 영화 전체 관객 중 4D 관객은 열 명 중 한 명꼴이다.

CJ CGV 황재현 홍보팀장은 “다양한 체험을 즐기려는 관객이 특수관에 몰렸다”고 강조했다. 영진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특수관(3D·4D·아이맥스) 관객 수는 352만 명. 전년 동기 대비 10% 가까이 늘었다.

이제는 스포일러도 흥행요소다. ‘엔드게임’은 12년간 마블영화의 대단원을 담은 결말이, ‘기생충’은 극 중 반전이 재미의 핵심으로 지목됐다. 개봉 전부터 제작진이 직접 나서 스포일러 방지를 당부했다. 스포 노출을 피하려는 관객이 개봉 초반부터 몰려 흥행 열기를 더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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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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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신기록도 쏟아졌다. ‘엔드게임’은 개봉 11일째 1000만 명을 돌파, ‘명량’의 기존 기록(개봉 12일)을 하루 앞당겨 역대 최단 기록을 세웠다. 속도전엔 물량 공세가 한몫했다. ‘엔드게임’은 개봉일 스크린 수 2760개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최대 80.9%에 달한 상영점유율 역시 유례가 없는 수준. ‘아바타’(1362만)가 10년 가까이 지켜온 역대 외화 최고 성적까지 갈아치웠지만 스크린 쏠림에 대한 숙제를 남겼다.

반면 ‘알라딘’은 최대 스크린 1409개(상영점유율 30.6%), 첫날 관람객 7만 명에 그쳤지만 입소문을 통해 흥행 뒷심을 발휘, 이른바 ‘역주행’으로 롱런하며 개봉 53일 만에 1000만 고지에 올랐다.

상반기 역대 최다 관객 수에도 불구하고, 올해 연간 영화 시장이 더 커질지는 미지수다. 극장 관객 수는 최근 6년간 매년 2억1000만명대, 1인당 관람횟수는 연평균 4.2회 안팎에 정체된 상태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연간 관람횟수는 국민소득이나 레저환경,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패턴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큰 폭으로 변화하기 힘들다”면서 “파격적인 화제작이 쏟아지지 않는다면, 상반기에 충분히 영화를 본 관객들이 하반기엔 지갑을 닫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천만영화에 관객이 몰리며 중박영화가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는 500만~800만 관객 영화가 한 편도 없다. 영진위는 “‘극한직업’과 ‘기생충’의 관객 수가 상반기 한국영화 관객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4%”라며 “2019년 상반기 관객 수는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지만, 양극화 현상은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강혜란·나원정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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