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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소통공감양성평등이야기'…혐오의 99% 사실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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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 제주]서귀포YWCA 이신선 사무총장이 말하는 혐오표현

혐오표현, 개인의 피해를 떠나 사회를 파괴할 수도

혐오표현, 누구에게 했느냐에 따라 파급력이 달라져

혐오표현 대응에 대한 조직적인 지원 필요

김영미PD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5~18:00)
■ 방송일시 : 2019년 7월 16일(화) 오후 5시 35분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서귀포YWCA이신선 사무총장

노컷뉴스

서귀포YWCA이신선 사무총장. (사진=자료사진)


◇류도성> 이번에는 소통공감 양성평등 이야기 시간인데요
오늘은 어떤 내용의 주제로 얘기 나눠볼까요?

◆이신선>오늘은 혐오표현에 대해 얘기하려고 합니다.

흔히 혐오표현이라고 하면 막연히 누군가를 싫어하는 거잖아요. 욕하기도 하고, 비난하기도 하고, 이런 말들을 통칭하는 말이 혐오표현입니다.

이런 혐오가 사회이슈로 떠오르게 된 이유는 혐오표현이 특정 소수자를 대해 혐오표현을 하는 게 많기 때문이더라고요.

여성, 장애인, 이주자, 성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발언, 혐오표현들 그리고 그 정점을 찍었던 강남역 사건과 미투, 그 외 남녀간의 갈등, 예맨 난민으로 인한 난민갈등과 같은 문제로 계속해서 혐오표현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혐오표현 문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류도성> 혐오는 뭐고 혐오표현으로 인한 문제는 무엇일까요?

◆이신선>혐오라는 것은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태도 내지는 관점 또는 생각이라고 할수 있는데요.

이렇게 마음속에 담고 있던 것을 말이나 제스처나 시위 같은 형태로 드러내는 것이 혐오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냥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기피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혐오시설, 혐오식품을 떠올려 보시면 이해가 쉬울거에요.

만약 파란옷을 입었다고 놀리는 것과 히잡을 썼다고 누군가를 놀리는 것을 같게 취급되어야 할 문제냐 다르게 취급할 수 있는 문제인가 생각해 보시면 다르게 느껴질겁니다.

안경을 썼다고 놀리는 것과 머리가 벗겨졌다고 놀리는 것은 같은 문제일까요? 같은 말이라도 누구에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서 혐오표현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혐오표현 중에 일부는 개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고 크게는 사회를 파괴할수 있습니다. 그런점에서 볼 때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류도성> 혐오표현 중 특히나 여성혐오에 대한 표현 혹은 사례들이 많을 텐데요, 어떤 내용들이 있나요?

◆이신선>혐오표현 중에 특히나 여성에 대한 혐오표현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김치녀, 된장녀, 맘충, 노키즈존 등의 표현들을 들어보셨을텐데요.

이런 표현들은 경기불황의 이유를 여성의 사회진출 탓이라고 하는 표현들이라 볼 수 있습니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이 벌어졌을 때, 수많은 여성들이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며 집단적인 반응을 보인 적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을 두고 여성 혐오범죄로 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났으나, 당시 경찰청장은 '이건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죠.

그러나 가해자는 '여자들에게 항상 무시당해서 범행했다'라고 진술했고요, 수많은 여성들을 나도 이런 위험 속에 살고 있다는 것에 공감했습니다.

이런 일들이 수많은 여성들이 그동안 겪어왔고 지금도 겪고 있으며 또 생길까봐 걱정하고 있습니다.

어두운 골목길을 지날 때 뒤에 걸어오는 남성을 치한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고, 요즘엔 혼자 사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몰래 훔쳐보는 일, 따라가서 성추행하는 일들이 너무나 뉴스에 많이 나오고 있어 정말 공포를 느끼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여성들이 몸으로 느끼는 공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것 자체를 비하하고 혐오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난 '대림동 경찰관 폭행사건' 영상으로 불거진 '여경'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취객 한명을 혼자 제압하지 못하고 다른 경찰관의 도움을 받았다는 이유로 '여경폐지'라는 얼토당토않은 얘기들이 나왔습니다.

여성 남성의 양자구도로 이야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듯 합니다만 남성경찰이 제압하지 못한 사건들도 꽤 있는데도 말이죠.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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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도성> '이게 왜 혐오표현이냐,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거다' 라는 말을 하는데 혐오표현의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이신선>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 직장에 다니는 여성에게 '집에서 애나 봐라' 하는 것과 남자직원에게 '집에서 애나 봐라'라고 하는 것이 완전히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효과가 다른 이유는, 기존에 차별을 받아왔고 지금도 차별을 받고 있고 앞으로도 차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소수자 집단에게는 그런 말들이 단순히 부적절한 말, 기분 나쁜 말로 들리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받아왔던, 누적되어 왔던 차별들이 그 말을 계기로 폭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똑같은 말이라도 소수자에게 했을 때 완전히 달라지고 다른 효과로 나타난다는 것을 아는 것이 혐오표현의 문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말이 칼이될 때> 라는 책에 보면 "혐오표현은 표현자체가 차별을 조장하고, 상처를 주고, 배제와 고립을 낳을 수 있다. 그래서 혐오표현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 인 것이다"라는 글을 본적이 있습니다.

◇류도성>혐오표현을 이해했다면 혐오표현인지 아닌지는 누가 판단해야 될까요?

◆이신선>듣는 사람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혐오표현이다 아니다 보다는 왜 우리가 이것에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는지, 이것이 혐오다 아니다 라고 하려면 어떤 생각들을 나눠야 될까에 초점을 맞춰볼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말이라도 누구에게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그리고 듣는 사람이 어떻게 느끼는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류도성> 혐오표현을 접하고 그때 그때 효과적으로 대응하기가 사실 쉽지가 않은데요.

◆이신선>혐오표현에 대한 개인적인 대응도 있어야겠지만 개인들이 알아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조직적인 지원이 필요하리라 보고요,

그 자리에서 대응하지 못했다면 회사나 조직 내의 고충처리기구 등을 통해 상담을 하거나 도움을 받아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대응과 조직적이고 제도적인 장치들이 함께 갈 때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고 봅니다.

◇류도성>혐오표현을 규제하면 해결될까요?

◆이신선>혐오표현들을 할 때마다 국가가 개입해서 그 말을 못하게 하거나 말한 사람을 처벌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 사회 속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도록 우리가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혐오표현은 정치, 사회, 경제적 배경이 깔려 있기에 그동안 사회적 관행이란 이름으로 불리던 것들을 없애야 할 것 같고요.

혐오표현에 대처하려면 개인, 사회, 국가적 차원의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최근 우리사회를 보면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동시에 혐오표현의 규제와 관련된 논쟁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 혐오표현은 우선적인 규제대상이 되어야 하고, 방송같이 공공성이 있고 영향력이 막대한 영역에서도 혐오표현의 규제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인터넷 공간의 규제, 증오 선동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류도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앞으로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될까요?

◆이신선>편견, 차별, 혐오의 파급력이 폭발적인 SNS시대에, 별거 아니라고 무감각하게 생각했던 일들이 크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판적인 사고방식이 확대되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됩니다. 혐오의 99%는 대부분 사실왜곡에 있습니다.

잘못된 편견과 잘못된 정보로 인해 얻은 결과들이 너무 많기에 합리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여지들을 곳곳에 마련한다면 혐오표현의 상당부분들을 차단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청소년들에게는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청소년들만의 공간과 어울려 지낼 수 있는 시간, 그리고 더 효율적인 방법들을 가르쳐주고 합리적인 사고를 마련할 수 있는 충분한 청소년 토론의 장을 제공하는 것도 앞으로 우리들이 해야 될 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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