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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사설]‘공공수사부’로 바뀌는 검찰 공안부, 오명 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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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선거·노동 사건을 담당하는 검찰 공안부의 명칭이 56년 만에 ‘공공수사부’로 바뀐다.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공안 정세분석’ 등의 업무는 폐지된다. 지난해 6월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개혁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인 공안 개념을 재정립하라고 권고한 내용을 일부 반영한 것이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체제를 뒷받침하는 전위대 노릇을 했던 공안부 개혁에 시동이 걸린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노동·선거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개혁위 권고가 반영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다.

16일 행정안전부가 입법예고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대검찰청 공안1·2·3과는 업무특성에 따라 각각 공안수사지원·선거수사지원·노동수사지원과로, 대검 공안기획관은 공공수사정책관으로 변경된다. 대검과 일선 검찰청에서는 앞으로 ‘공안·노동 정세조사 업무’를 하지 않고, ‘학원, 사회·종교단체 관련 사건’ 전담도 폐지된다. ‘공안 사건’도 ‘공공수사 사건’으로 부르게 된다.

1963년 서울지검에 설치되며 등장한 공안부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기보다 정권안보와 체제 유지에 기여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작곡가 윤이상을 간첩으로 몰았던 동백림 사건에서부터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에 이르기까지 과거사 조사 및 재심 결과 ‘조작’으로 드러난 사건들은 모두 공안부의 ‘작품’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인권을 중시하는 새로운 공안정책을 내세우며 조직을 축소했으나 공안검찰의 환골탈태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위기에 빠질 때마다 공안검찰을 내세워 ‘공안몰이’에 나섰다.

개혁위는 검찰이 파업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과도하게 적용하고 부당노동행위에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은 노동 사건을 공안 시각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노동 사건을 공안 영역에서 분리하라고 했다. 검찰도 이 권고대로 노동 사건의 형사부 이관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공안부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동 사건을 타 부서로 넘길 경우 공안부 존립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왔다고 한다. 공안검찰 개혁이 검사들의 ‘밥그릇 지키기’에 밀린 형국이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명칭을 바꾼 공안부가 오명을 씻고 거듭나는지 지켜보려 한다. 추후 노동 사건의 형사부 이관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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