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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회사채 통한 자금조달은 대기업 전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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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유상증자 급감 ◆

상반기 회사채 발행량이 역대 최대 규모였지만 신용등급 BBB 이하의 기업들은 그 온기를 누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공개(IPO) 시장의 관심도 바이오, 정보기술(IT) 등 4차 산업으로 쏠려 있어 정작 자금이 필요한 중견·중소기업들의 조달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6월 말까지 발행된 공모 회사채 규모는 총 48조8000억원이었다. 회사채 수요예측제도가 도입된 2012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발행이다. 대부분의 발행기업은 신용등급 'A' 이상인 곳들이다. 회사채 시장이 양적으로 커졌지만 우량채로 쏠려 있는 모양새는 그대로인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집계에 따르면 전체 발행량 중 AA급 이상 비율은 70%가 넘었다. AA급은 57.4%, AAA급은 14.5%였으며 A급 비중도 23.5%나 됐다. 반면 신용등급 BBB 이하 기업은 약 4.6%에 불과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만기 5년 이상의 장기채권 발행은 사실상 A급 이상으로 한정돼 있으며, 신용도가 낮은 기업 입장에선 공모채 발행 자체에 제약이 많다"며 "회사채 시장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지만 시장 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해당 기업의 부채비율과 수익성, 사업 전망 등을 고려해 신용등급을 평정한다. 중견·중소기업들은 대부분 BBB 이하의 신용도를 받아왔다. 유효 신용등급 자체가 없는 곳이 많아, 회사채 시장 수요가 늘어나도 그 수혜를 입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공모채 시장은 여전히 높은 신용도를 갖춘 대기업에 편중된 구조"라며 "하이일드펀드가 대거 설정되면서 BBB급 채권에 대한 수요가 한때 늘었으나 국내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해외 고수익 채권으로 대체됐다"고 말했다.

신주를 발행해 자금 조달에 나서는 IPO 시장도 마찬가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97곳의 기업 중 바이오, IT 관련 종목 비중은 약 32%였다. 코스닥 상장 업무를 맡고 있는 국내 IB들 역시 관련된 업종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장 트렌드에 부합하는 종목을 주간해야 공모를 흥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익 미실현 기업(테슬라) 상장, 성장성 추천제 방식 등 신설된 특례상장 제도들은 이 같은 추세를 공고히 했다. 한국거래소는 제도에 대해 '업종 제약이 없다'고 말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특정 업종의 상장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평가한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가 자금이 테마주로 몰리고 있는 와중에 특례상장 제도까지 도입됐다"며 "전통적인 제조업과 뿌리산업을 책임지는 중견·중소기업 입장에선 형평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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