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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일본 “바세나르 협약 위반 아니다” 한국 “자의적 해석”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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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코 경제산업성 장관, 수출규제 관련 국제 조사 거부
한국일보

16일 서울 효자동 청와대 앞 한일청구권 자금 환수 요구집회에 참석한 한 일제강제징용 피해자 유가족이 아버지에 대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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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 정부가 다자간 전략물자 수출관리 체제인 ‘바세나르 협약’ 위반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주고 받고 있다. 일본은 이번 대한(對韓)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 조치가 바세나르 협약의 범위 내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해당 협약의 규정을 위반해놓고도 일본이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정당화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담당하는 일본 주무부처인 경제산업성의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장관은 16일 자신의 트위터와 각료회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수출허가 판단의 운용과 관련해선 바세나르 체제의 기본지침에 의해 각국의 법령 등에 위임돼 있으며, 각국이 책임을 지고 실효성 있는 관리를 행할 것을 요구 받고 있다”면서 “국제기구의 조사를 받을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는 바세나르 체제 기본지침 1항을 근거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 조항은 수출통제와 관련한 모든 조치는 참가국의 법령 또는 정책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12일 일본 측이 수출규제 조치 근거로 ‘한국의 대북제재 위반’을 시사하자 실제 위반 사례가 있는지 한일 양국이 동시에 국제기구 조사를 받자고 제안했다. 세코 장관의 발언은 바세나르 체제의 운용은 각 당사국의 판단에 따라 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우리 측의 국제기구 조사 제안을 전면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바세나르 협약을 일본 측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적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바세나르 협약 기본지침 4항에는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제도를 운영해선 안 되고 선량한 의도의 민간 거래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운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근거로 “한국만을 ‘화이트(백색) 국가’에서 빼거나 구체적 증거 없이 선량한 민간 거래를 제한하는 경우 이 기본지침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날 세코 장관이 트위터에 올린 견해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세코 장관과 “언제 어디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전략물자 수출 통제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국가 간 협력도 필요하다”며 바세나르 협약 공방을 둘러싼 입장을 확인했다. 이어 성 장관은 “일본 측이 ‘부적절한 사례’가 있어 수출 규제 조치를 강화한다고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자신이 있다면 한국의 제안(국제기구 공동 조사)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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