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2 (수)

증시 떠난 가계자금, 저축성 예금으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은, 1분기 자금순환 통계 / 주식·펀드자금 3조1000억 감소 / 비결제성 예금 38조 가까이 증가 / “소비도 투자도 않고 지갑 닫아”

세계일보

연초 코스피가 회복 장세를 보이자 가계 자금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정책으로 가계자금이 주택시장으로 흐르지 못한 데다 은행들이 예금 영업을 강화하면서 가계의 저축성 예금 잔액은 커졌다.

15일 한국은행 자금순환 통계를 보면 1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계)가 예금이나 보험, 주식, 채권으로 굴린 돈(자금운용)의 증가액은 35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의 41조3000억원보다 줄었다.

자금순환표란 일정 기간에 발생한 자금 흐름을 경제주체와 금융자산별로 기록한 것으로, 금융시장의 ‘머니무브’를 볼 수 있는 통계다. 구체적으로 가계가 주식(지분증권)과 투자펀드로 굴린 자금은 3조1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에 4조2000억원이 순유입한 것과 비교하면 상반된 움직임이다.

이는 지난해 약세를 보이던 주가가 올해 초 회복세에 들어서면서 개인들이 주식을 매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코스피는 지난해 말쯤 2000선을 밑돌았으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 완화 선호 기조를 내비친 영향에 2월 들어 2200선을 회복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주식을 저가 매수한 개인들이 연초 코스피 회복 장세에 주식을 일부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저축성예금 등 가계의 비결제성 예금은 크게 불어났다. 잔액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가계의 비결제성 예금은 지난해 4분기보다 37조8200억원 늘었다.

지난해 1년간 불어난 가계의 비결제성 예금(68조4580억원)의 절반이 넘는 돈이 1분기에 들어온 것이다. 이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가계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가지 않았고, 예금대비 대출금 비율 산정 방식 변화에 은행들이 예금 영업을 강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예금 금리가 2% 남짓한데도 저축성 예금에 몰린다는 것은 소비하지도, 투자하지도 않고 쌓아놓겠다며 지갑을 닫는 것이다.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국민 소비성향이 떨어진 탓이다. 내수를 늘리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바람직하지 않은 움직임”이라고 우려했다.

반대로 결제성 예금 잔액은 2770억원 줄었다. 정기 예·적금 금리가 올라가자 가계 자금이 수시입출식 예금에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수시 입출식 예금은 자유로운 입출금이 가능해 유동성은 높지만 금리는 낮다. 1분기 말 가계의 전체 금융자산 잔액은 3815조6580억원이었다.

가계의 주식자금은 빠져나갔지만, 주가는 오른 영향으로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잔액은 708조74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3조3510억원 늘었다.

남정훈 기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