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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다시 메이드 인 재팬을”…향수 자극하는 일 참의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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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선거대책본부장

“미국제, 중국제, 한국제가 많아”

고도경제성장 시기 향수 자극

헌법 개정 선거 공약 전면에 내세웠으나

유세 때는 한마디도 언급 없어

입헌민주당은 아베노믹스 “효과 실감 못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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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색은) 구글이고 쇼핑은 아마존으로 많이 하죠? 요즘은 ‘메이드 인 재팬’이 별로 없어요. 미국, 중국, 한국제들이 많아요.”

참의원 선거(21일)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15일 오후 2시 30분께 일본 도쿄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긴자 미쓰코시백화점 앞 사거리. 자민당 선거대책본부장 아마리 아키라가 마이크를 쥐고 가장 먼저 한 말은 ‘메이드 인 재팬’이 넘쳐났던 과거와 달라진 현재 상황에 대한 ‘개탄’이었다.

전 경제산업상인 아마리는 아베 신조 총리의 측근 중 한명으로 2017년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장을 지냈다. 그런 아마리이지만 선거 유세에서는 헌법 개정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되레 그는 “일본에서 이노베이션이 이루어지고 새로운 기술이 나와서 세계로 향해야 합니다”라며 과거 부흥했던 일본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데 유세의 초점을 맞췄다. 아베 신조 총리가 개헌을 필생의 과업으로 여기지만, 평범한 일본 시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개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민당 사람들은 최근 아베 정부가 한국에 대해 취한 수출 규제 정책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좋았던 옛날’과 저출산 고령화 과제에 부닥친 일본의 현실에 대한 대책을 내놓는 데 바빴다. 도쿄 선거구에 입후보한 다케미 게이조 전 후생노동성 부대신(차관)은 “1964년 도쿄올림픽 즈음 신칸센과 수도고속도로가 정비됐다. 올림픽은 고도경제성장을 상징했다. (내년) 도쿄올림픽은 성숙한 건강 사회로 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민당이 내년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공들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바다의 날’로 휴일인 이날 긴자는 쇼핑을 나온 도쿄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넘쳐났지만, 자민당 선거 유세 차량 앞에 발길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는 이들은 30~40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오히려 유세장이 활기를 띠었던 것은 오후 3시30분께부터 열렸던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유세가 시작되면서부터였다. 일본 유명 아이돌 그룹인 ‘모닝구 무스메’의 전 멤버이자 이번에 비례대표로 출마한 이치이 사야카가 등장하자, 순식간에 1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자민당과 방향은 다르지만 야당의 선거 유세 내용도 복지와 경제 문제에 집중됐다. 이치이는 “양육수당 금액을 늘리자. 난임 치료 지원을 확충하자”는 연설로 박수를 받았다. 이어서 등장한 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는 아베노믹스로 혜택을 보는 것은 기업들뿐이라며 아베 정부에 날을 세웠다.

물론 이날 유세현장 분위기와 일본 전체 여론은 차이가 있다. <엔에이치케이>(NHK)의 이달 초 여론조사에서 자민당 지지율은 33.4%이며 입헌민주당은 6%에 불과했다. 지지 정당이 없는 이들은 39.4%에 달했다. 참의원 선거에서 무당파의 표심이 어떻게 움직일지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긴자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세율 인상이다. 인상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그전에 국회의원들 숫자부터 줄이라”라며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도쿄/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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