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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눈앞에 닥친 동북아판 ‘슬로벌라이제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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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규제 조치로 한·중·일 분업구조 위기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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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한·중·일 분업 구조가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의 내수 중심 성장전략과 미·중 무역갈등으로 균열이 가던 3국 분업 구조는 이번 사태로 일정 부분 신뢰 상실이 불가피해졌다. 한·중·일의 역사·외교적 갈등이 경제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향후 한·일 간 갈등이 봉합된다고 하더라도 ‘각자도생’하는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동북아판 슬로벌라이제이션(slowbalization·세계화의 쇠퇴)이 현실화되는 셈이다.

1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동북아 무역은 소재·부품 등을 일본에서 수입한 한국이 중간재를 생산하고 중국이 이를 조립·가공하는 방식이었다.

2010년대 들어 중국이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성장전략을 변경하면서 2006년 국내총생산(GDP)에서 64%까지 차지했던 중국의 수출입 비중은 2017년에는 33.6%까지 축소됐다. 2009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연평균 20%를 웃돌았던 수출입 상승률도 2010년대 들어서면서 한 자릿수로 감소했다.

가공무역이 기술 경쟁력 확보를 지연시킨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가 억제하면서 가공무역 비중도 50%대에서 30%대로 줄어들었다. 수출품목은 가구, 방직 등 노동집약형 제품에서 통신기기, 반도체 등 기술집약형 제품으로 전환됐다.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를 통해 현재 10%에 불과한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5%로 끌어올리겠다고 한 상태다. 한국에 중간재를 의존하던 구조에서 탈피하겠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중·하부에 위치했던 중국의 역할이 상위 단계로 발전되면서 세계 교역시장의 경쟁구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LG경제연구원이 2015년부터 중국의 중간재 수입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한국산은 반도체를 제외하고 수입액이 늘어나는 품목이 없지만, 로봇센서 등 일본산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부품의 수입액은 크게 늘었다. 박래정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의 자급능력이 향상되면서 한국산 중간재의 부가가치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의 한국 수출을 막으면서 한국도 중간재를 공급하던 역할을 더는 고집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동북아 지역에서도 국가 간 무역과 투자 등이 부진해지는 ‘슬로벌라이제이션’ 흐름이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메리칸 퍼스트’ 정책으로 인해 주요 글로벌 제조기업들이 미국 이전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 가치사슬은 빠르게 붕괴되고 있다. 실제 2017년 3%대 후반을 기록했던 세계 교역증가율이 올해는 3%대 초반까지 낮아지는 등 슬로벌라이제이션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펴낸 ‘수출 위주 한국 경제의 수입 의존도’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금까지 걸어온 ‘수입 의존·수출 확대’의 성장전략을 계속 고집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서는 국내 제조업 안정화를 위해 정부 재정정책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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