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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군인권센터 “23사단 투신 일병, 병영 부조리·폭언에 고충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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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발표

투신 사망한 육군 23사단 병사가 상관에게 심한 욕설을 듣는 등 소속 부대의 부조리한 병영 상황에 노출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육군 23사단은 북한 목선 경계에 실패했다는 논란이 있던 부대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12일 성명에서 “지난 8일 투신 사망한 육군 23사단 ㄱ일병(21)이 병영부조리와 인권침해를 겪었다”며 “(자유한국당, 보수유튜버 등 보수세력이) 사건을 정치 쟁점으로 몰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사건의 본질은 가려졌다”고 했다.

상병 이상이 맡는 ‘상황병’ 임무

근무 편성 불이익·간부들 욕설

“유서 형태 휴대폰 메시지 남겨

‘북한 목선’과 연결은 본질 호도”


군 내부자의 제보를 받은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상황병은 소초로 들어오는 각종 보고를 종합 관리하는 직책이라 통상 경계 작전 경험이 많은 상병·병장이 맡는다. ㄱ일병이 상황병이었다는 사실은 소초 운영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군인권센터는 지적했다.

또 군인권센터는 ㄱ일병이 근무 편성에서도 불이익을 당했다고 했다. 같은 소초에 근무하던 선임 병사가 ㄱ일병에게 오후 2~10시인 ‘전반야 근무’를 맡겼는데, 이는 개인 시간을 활용하기 어려운 시간대라는 것이다. 경험이 많지 않은 ㄱ일병은 복잡한 상황병을 맡은 데다가 개인 시간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한다.

간부들은 힘들어하던 ㄱ일병을 보듬고 교육하지 않고 폭언과 욕설로 다그쳤다. 군인권센터는 한 간부가 ㄱ일병이 질문에 대답을 못하자 욕설을 퍼부었고, 업무 중 실수를 하면 심한 욕설과 함께 의자 등을 집어던졌다고 전했다. ㄱ일병이 동료에게 “힘들다. 상황병만 아니면 괜찮을 것 같다. 죽고 싶다. (간부를) 죽여버리고 싶다”며 고충을 토로했다고 한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휴대폰에 유서 형태로 남긴 메시지 내용 등을 보면 ㄱ일병이 군 내부에서 부조리한 상황을 겪어 힘들어한 것으로 보인다”며 “ㄱ일병이 마치 목선 경계 실패로 인한 책임을 떠안고 사망했다는 식의 주장은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군인권센터는 “언제부턴가 장병들의 사망 원인을 정치 이슈와 결부시키려는 저열한 시도가 반복되고 있다”며 “인권침해 본질에는 관심이 없고, 안타까운 죽음을 휘발성 강한 추측성 기사로 소비하는 것은 망자와 유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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