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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특파원리포트] 트럼프 대통령의 불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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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독립기념일 최대 ‘쇼’ 예고… ‘판문점 회동’ 언급할지 주목

2017년 미국 독립기념일(7월4일)에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동해로 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미 정부 관계자들은 하와이와 미 본토까지 위협하는 도발에 대북 군사옵션을 꺼내들었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말 전쟁’이 이어지면서 한반도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북한은 2006년 독립기념일에도 장거리미사일인 ‘대포동 2호’를 쐈고, 2009년엔 단거리미사일 7발을 발사해 미국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2년 전까지 북·미 관계는 ‘대치와 적대’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설명이 가능했다.

세계일보

정재영 워싱턴 특파원


미국의 과거 독립기념일들을 꺼내든 것은 올해 행사에서 있을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사뭇 기대되기 때문이다. 독립기념일을 이틀 앞둔 2일(현지시간) 백악관 홈페이지 상단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하는 동영상이 게재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건너가도 되느냐”고 묻자 김 위원장이 “여기를 넘으면 북한 땅을 밟는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된다”고 언급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판문점 회동을 두고 논란이 적지 않다. 국내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정상 간 회동에 포함되지 못한 일로 비판받았고, 미 조야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에 실질적 성과가 없는 ‘대형 쇼’를 완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판문점 회동이 언제 기획됐는지를 놓고도 갖가지 보도가 나왔다. 이는 여러 논란들이 도대체 누구 때문에 비롯했는지, 누구의 책임으로 돌릴지를 결정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본다.

북한 땅을 처음 밟은 미국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때보다 흥겨운 날들을 보내는 듯하다. 그는 ‘가짜 뉴스’라며 맹공을 퍼부었던 미국 언론이 이번만큼은 긍정적인 보도를 했다고 평가했다. 한 미국 기자는 “트럼프를 좋아하진 않지만 팩트는 팩트”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독립기념일에 여러 변화를 꾀했다. 1000㎞ 떨어진 기지에서 조달한 탱크가 행사장에 전시되고, 주력 전투기들이 하늘을 가르게 된다. 화려한 불꽃놀이를 관람하기 최적의 장소인 링컨기념관에서 대통령 연설이 추진된다. 올해 불꽃놀이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독립기념일 행사에 군장비가 등장한 것도 그렇지만, 당파성 없이 치러지던 행사에서 대통령이 연설하는 것도 유례가 없다. 민주당이 “독립기념일 행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핏대를 세우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국방부와 우리의 훌륭한 군 지도자들이 독립기념일 행사 ‘미국에 대한 경례’(A Salute To America)를 치르고 미국 국민에게 세계 최강·최신의 군을 보여주는 데 신이 나 있다”며 “믿을 수 없을 저공비행과 사상 최대 불꽃놀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2019년 독립기념일에 행해질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는 김 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동이 언급될 것 같다. 2년 전 ICBM을 발사해 독립기념일을 망쳤던 북한 지도자가 이번에는 ‘친구’로 불릴 수 있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순항하길 바라는 입장에서 꽤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방한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전용기가 태평양을 지나고 있을 시간에 날아든 ‘한·미 정상회담, 북·미 정상 간 만남 기념 주화를 각각 100달러에 사전 판매한다’는 백악관발 이메일은 영 마뜩잖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쇼로 둔갑하는 일은 없길 바랄 뿐이다.

정재영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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