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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기자의 눈] '나도 창업이나 해볼까'가 씁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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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하 성장기업부 기자

서울경제


“스타트업은 사실 자영업과 비슷해요. 거대하고 거창하고 멋있는 것을 하는 게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인내력과 끊임없이 고객을 만족시키는 집요함, 쉼 없이 해야 하는 성실함을 요구한다는 점이 그렇죠.”

최근 액셀러레이터가 마련한 데모데이에서 연사 자격으로 무대에 오른 스타트업 대표가 한 말이다. 국내외로부터 수백억원의 투자금을 받을 정도로 성공 궤도에 오른 이 대표는 자신의 성공 비결로 ‘인내’와 ‘성실’을 꼽았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뛰어난 기술이 필수 요소로 여겨지는 스타트업계에서 인내를 최고의 미덕으로 강조하는 그의 발언은 오히려 새롭게 다가왔다.

많은 이들은 자영업과 스타트업을 구분 짓는다. 자영업은 요식업 등 일명 ‘폼’나지 않는 업종으로 중년의 은퇴자가 생계유지를 위해 하는 것. 반면 스타트업은 패기 넘치는 청년이 꿈을 이루기 위해 시도하는 것으로, 생계 유지보다는 그럴듯해 보인다는 선입견도 동반된다. 이 때문일까. 얼마 전 만난 한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적극적인 창업 지원정책을 펼치면서 창업에 대한 문턱이 전보다 낮아지다 보니 준비 없이 뛰어드는 이들도 많다”며 “젊은 나이에 ‘사장’이나 ‘이사’ 등의 명함을 갖고 다니다 보니 겉멋이 드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의 허영심을 겨냥한 상술도 나오면서 최근에는 무자본 창업을 강조하거나 수백만원의 컨설팅비만 내면 정부로부터 억대의 창업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브로커도 활개친다.

“정 안되면 치킨집이나 차려볼까?”라는 말이 흔했던 과거의 어느 날처럼 ‘나도 창업이나 해볼까?’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오는 요즘이다. 불안정한 경제 상황으로 공무원이 최고의 직업으로 여겨지는 시기에 안정적일 수 없는 창업 시장에 발을 내딛는다는 것은 격려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스타트업의 겉모습에서 비롯돼서는 안될 일이다. 과거 인기를 끌던 ‘치킨집 창업’은 이제는 기피해야 하는 자영업의 대명사가 됐다. 스타트업의 성공 비결은 자영업과 다르지 않다는 말을 새기지 못하는 이에게는 치킨집이든 창업이든 실패의 길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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