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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北 목선 은폐 논란' 격화…'해상 노크 귀순' 의혹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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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당일 기자들에 사실 공지” / 고민정 대변인 페이스북에 글 / 野 “안보실서 가이드라인 주고 / 국방부 준수 여부 감시 의혹”

청와대는 ‘북한 목선 은폐 논란’에 대해 “은폐는 없었다”며 정쟁을 중단해 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당은 “청와대가 은폐를 숨기고 야당의 지적을 되레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고발을 예고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페이스북에 “(북한 선박과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은폐는 없었다’”고 글을 올렸다. 고 대변인은 “정부는 (사건 발생일인) 15일 당일부터 사실을 알렸다. 15일 오후 2시 해경이 기자들에게 ‘북한 어선이 조업 중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다 자체 수리해 삼척항으로 옴으로써 발견됐다’는 문자를 공지했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국방부의 17일 발표에 대해선 “해경의 발표가 발견 경위를 알리는 데 중점을 뒀다면, 국방부 발표는 경계작전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국방부는 “우리 군은 지난 6월 15일 06:50경 북한 소형 목선 1척이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된 경위를 조사했다”며 “조사결과, 전반적인 해상·해양 경계작전은 정상적으로 시행됐으나 소형목선은 일부 감시 및 탐지가 제한됨을 확인했고 레이더 운용시스템 및 운용요원의 일부 보완요소를 식별했다”고 발표했다.

세계일보

자유한국당 북한선박 입항 은폐·조작 진상조사단장인 김영우 의원(오른쪽)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진상조사단 2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단장은 “삼척항 주민들이 북한 선박이 특수부대였다면 현장에 있던 주민들의 생명은 어떻게 됐겠느냐. 군의 허술한 대북 경계에 분노했다”고 말했다. 이재문 기자


고 대변인은 당시 국방부가 ‘삼척항 방파제 부두’에서 발견한 북한 목선을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했다고 표현한 데 대해선 “군에서 대북 보안상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라며 “해경 공지문에서 발표한 목선 발견 지점(삼척항)을 굳이 숨길 이유가 없다. 이미 공개된 장소를 은폐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다시 확인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야당은 고 대변인의 글을 즉각 반박했다. 자유한국당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방부) 브리핑장에는 현직 군인 출신의 청와대 안보실 소속 행정관이 사복 차림으로 참관해 청와대가 은폐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주고 이를 국방부가 제대로 준수했는지 감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23일 “국군 통수권자로서 안보를 망가뜨린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진정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문 대통령을 겨냥했다. 같은당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문 대통령부터 군형법 위반 혐의가 있으니 즉각 법률 검토 후 고발을 추진하겠다”며 “문 대통령은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을 교체하고 국정조사를 즉각 수용하라”고 주장했다.

세계일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북한 목선의 동해 삼척항 진입 사건과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해경과 군의 전달에서 의도적으로 워딩을 고른 것이라면 ‘은폐’이고, 사실과 달리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면 군과 청와대의 ‘안이함’이자 국민에 대한 ‘무시’를 드러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해상 노크 귀순' 모든 의혹 풀릴까

북한 목선이 강원 삼척항에 입항하는 동안 우리 군 당국의 경계 실패가 드러난 ‘해상판 노크 귀순’에 대한 국방부 차원의 조사가 ‘보여주기식’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국방부에 따르면 합동조사단은 지난 20일부터 동해 지역 해상경계를 담당하는 해군 1함대와 삼척지역 해안 경계를 맡고 있는 육군 23사단 등을 대상으로 이번 사건과 관련한 조사를 하고 있다. 합동조사단은 목선이 지난 15일 삼척항에 정박해 민간인 신고로 처음 발견된 이후 지역 통합방위작전 책임을 맡은 육군 23사단에 상황이 전파되지 않은 경위를 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목선은 오전 6시50분 민간인 신고로 발견됐으나, 육군 23사단 요원 1명이 오전 7시35분 현장에 도착해 해경이 이 선박을 동해항으로 예인하는 장면을 확인했다. 23사단은 대북 상황이 발생하면 해군과 해경을 지휘하는 통합방위작전의 책임을 맡는데, 현장에 45분 늦게 도착한 것이다.

세계일보

지난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소형 목선이 삼척항 내항까지 진입해 선원들이 배를 정박시키고, 해경에 의해 예인되는 과정이 담긴 폐쇄회로(CC)TV가 19일 확인됐다. 사진은 해경에 의해 예인되는 북한 목선 모습. 삼척항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갈무리. 연합뉴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 중 사안의 축소·은폐 의혹까지 규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해경의 최초 보고서를 통해 청와대와 관련 부처, 군·경도 북한 어선의 삼척항 정박 사실을 조기에 파악했던 게 새롭게 드러나면서 보고라인 어디에서인가 은폐나 축소를 지시했을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이번 건이 정부 발표 전 언론에 먼저 보도된 것을 두고 한 발언도 이런 의혹에 신빙성을 더한다. 윤 수석은 당시 “그런 보도가 나가면 안 된다”며 “만일 선원들이 모두 귀순 의사를 갖고 넘어왔다면 남북관계가 경색된다”고 밝혔다.

한 해군 예비역 제독은 “이번 건은 이보다 축소·은폐가 어디서 시작됐는지가 본질”이라며 “희생양을 찾을 게 아니라, 사건을 키운 근원을 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군 자체 조사와 이에 따른 지휘관 등 책임자의 처벌은 당연한 것”이라며 “국민적 신임을 얻을 수 있는 위원회를 꾸려 의혹의 진위를 밝히고, 누가 (축소·은폐) 지시했는지도 따져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사는 이번주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

해양경찰청이 동해 먼바다에서 북한어선(5톤급 목선)을 해군과 합동으로 퇴거시켰다고 22일 밝혔다. 해양경찰청 제공


이러한 가운데 지난 22일에도 북한 어선 1척이 우리 해역으로 남하해 해경과 해군이 퇴거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해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쯤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북동방 114㎞ 지점 해상에서 5t급 북한 어선 1척이 해군 초계기에 발견돼 해경이 경비함을 급파했다. 이후 이날 낮 12시10분쯤 북한 측이 남북통신망을 통해 어선의 위치를 통보하고 “우리 어선을 구조해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북한 어민들은 자력으로 이동할 수 있다며 해경의 지원을 거부하고 북상해 해역을 벗어났다.

박현준·곽은산·이정우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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