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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김상조 떠난 공정위, 재벌개혁 이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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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선 “독과점 해소·담합 제재 등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후임자의 판단·행안부의 ‘기업집단국’ 존폐 결정도 변수로



경향신문

김상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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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 공정거래위원회의 변화를 주도했던 김상조 전 공정위원장이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일감 몰아주기 제재 등의 재벌개혁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보다는 독과점 해소나 담합 등 경쟁당국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정위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조 정책실장이 2017년 공정위원장을 맡은 이후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제재가 본격 궤도에 오르고 각종 실태조사를 통해 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김 위원장 취임 후 공정위는 지금까지 하이트진로를 시작으로 효성과 LS, 대림, 태광 등의 일감 몰아주기를 제재했다.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가 2014년 도입된 이후 실제 제재로 이어진 사례가 드물었던 것을 감안하면 큰 변화다. 올 하반기에는 삼성웰스토리 등 급식업체들의 일감 몰아주기와 한화, 미래에셋 등에 대한 제재도 이어질 전망이다.

김 실장은 공정위원장 취임 이후 기업집단국 신설에 앞장섰다. 과 단위 조직만으로는 50개가 넘는 대기업을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사에 그치지 않고 공익법인과 지주회사 수익구조 등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부분에 대한 실태조사도 진행했다. 이를 통해 공익법인이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거나 계열사를 우회지원 하는 데 활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 재벌개혁의 선봉장이었던 공정위의 역할도 김 위원장의 퇴임으로 일정 부분 변화가 예상된다. 실제 재계뿐만이 아니라 공정위 내부에서 조차 대기업 규제와 ‘갑·을 문제’를 두고 공정위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독과점 사업자의 지위 남용이나 담합을 제재하는 것이 경쟁당국으로서 본연의 역할이라고 믿는 직원들이 많다”며 “이에 비해 갑·을 문제나 대기업 제재는 정치적인 문제라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이에 따라 후임 공정위원장으로 관료 출신이나 경쟁법 주류 학자 출신이 올 경우에는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나 갑을 문제 등에 소극적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기업집단국이 행정안전부의 신설기구 평가를 통과해야 하는 것도 당장 풀어야 할 숙제다. 기업집단국은 2017년 2년 한시조직으로 출범해 올해 신설기구 평가를 통과해야 정규 조직이 될 수 있다. 앞서 2005년에는 재계 반발로 대기업 조사를 전담했던 조사국이 없어지기도 했다.

대기업들의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15개 대기업집단이 순환출자 해소나 내부거래 축소·중단,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에 나섰다. 그러나 몇몇 대기업은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제재대상을 늘리겠다고 예고하자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관련 계열사의 총수 일가 지분을 사모펀드에 매각하기도 했다. 대기업과 사모펀드 간의 계약에는 대부분 3년 정도 기한으로 풋옵션·콜옵션(지분을 되팔고 되살 수 있는 권리)을 두고 있다. 만약 공정거래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기업들은 사모펀드에 판 총수일가 지분을 다시 사들일 수 있는 것이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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