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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정우성 “난민 처지 우리 역사와 비슷…한국이 길잡이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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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활동 담은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에세이 출간

서울국제도서전 강연…500여 청중 몰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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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이 단순히 경제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란 인식을 넘어, 그들의 문제를 통해 인간이 지구상에 만든 불합리한 정치적 상황이나 폭력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로 활동 중인 배우 정우성이 세계 난민의 날인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서 열리고 있는 ‘2019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장을 찾았다. 그는 이번 도서전에서 처음 공개한 에세이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원더박스)의 저자로 ‘난민, 새로운 이웃의 출현’이란 주제를 놓고 한석준 아나운서와 한시간 넘게 대담했다. 이 책은 정우성이 2014년부터 세계 난민촌을 찾아 마주한 경험과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

500여명의 청중이 몰려든 이날 강연에서 그는 지난 5월 다시 방문한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 이야기부터 들려주었다. 그는 “로힝야족은 지구촌에서 가장 불행한 민족”이라며 “많은 난민이 전쟁이 끝나면 귀향하겠다 하지만 고국이라고 생각한 곳에서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로힝야족은 어떤 희망을 누구와 얘기해야 할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난민 다수가 역사적으로 제국주의의 침략을 겪고 냉전 체제를 거친 뒤 민주항쟁을 통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역사는 대한민국이 겪은 현대사의 아픔과 맥락이 비슷하기도 하다”고 그는 분석했다. 또 “대한민국이 그런 어려움을 국민의 힘으로 이겨냈기 때문에 난민들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고 덧붙였다.

2018년 5월 내전을 피해 제주도를 찾은 예멘 난민 신청자 500여명의 소식에 ‘난민의 인권을 생각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그는 격렬한 반대 여론에 부딪히기도 했다. “(여론에) 놀라기는 했는데 반대 댓글을 찬찬히 읽어보면서 차분해지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배우로서 이미지 타격을 우려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저는 친선대사를 하면서 난민이 어떤 아픔을 가졌는지 이해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알고 있는 예를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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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난민이란 지위는 대단히 엄정한 심사를 거쳐 그 나라에서 얻어지는 것이며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한국전쟁 당시 생긴 국내 실향민 600만명을 위해 유엔한국재건단(UNKRA)이 주택, 교육, 의료 등 국가 재건을 돕기 위한 활동을 했고 그것이 지금 유엔난민기구의 활동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난민은 결국 우리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죠.”

정우성은 이번에 낸 책을 소개하면서 “책은 사고를 확장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수단”이라면서도 “이 책에 내 경험을 강요하거나 주장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담담함을 담으려 했습니다. 감성적으로 비칠 수 있는 부분을 배제하고 제가 난민캠프에서 만난 사람들과 독자들을 잇는 소통 창구가 되길 바라며 썼습니다. 관심을 갖고 이해한다면 실천으로 이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이날 강연 현장을 찾은 프랑크 레무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는 “저의 좋은 친구이자 가장 헌신적인 친선대사 중 한명인 정우성씨의 난민 이야기에 나는 항상 큰 감명을 받는다”며 “난민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다. 우성씨의 이야기가 당신들에게도 큰 감동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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