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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매경이 만난 사람] M&A로 성공신화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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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이 1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이에스동서 서울사무소에서 아이에스동서의 전신인 일신을 1987년 창립한 이래 32년간 회사를 이끌며 외환위기(IMF) 등을 이겨내고 매출액 2조원에 육박하는 기업으로 키운 스토리를 들려주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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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기업이 있다. 위기 때는 투자를 확 줄이고 움츠리게 마련이지만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는 기업이다. 이는 위기 상황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과감하게 베팅할 수 있는 경영인이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 심화에 따른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매출을 늘리고 내실을 다지고 있는 아이에스동서. 그 내공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아이에스동서를 키운 주인공인 권혁운 회장(69)을 지난 17일 만났다.

아이에스동서는 인수·합병(M&A)으로 성장한 회사다. 2008년 시작된 아이에스동서의 M&A 스토리가 계속되면서 10년 만에 매출을 10배 이상 키웠다. 아이에스동서는 2008년 타일과 도기 등을 생산하는 건축 자재기업 동서산업을 인수하면서 M&A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2010년 비데회사 삼홍테크를 인수했고, 2011년에는 렌탈사업을 하는 한국렌탈을 사들였다. 2014년에는 콘크리트와 레미콘 제조 기업인 영풍파일과 중앙레미콘을 인수했고, 최근에는 환경관리서비스기업 인선이엔티를 샀다. 권 회장은 건설에만 몰두하면 기업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으로 건설 부문 매출이 전체 40%를 넘지 않도록 했고, 건설과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연관성 있는 회사를 인수했다. 이런 일관성과 안목을 갖고 M&A를 한 덕택에 아이에스동서는 2008년 1612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지난해 1조7156억원으로 성장했다. 권 회장 자신도 재력을 키우면서 한국 26위 부자 반열에 올랐다.

―가장 중요한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편하고 안정된 길을 가기보다는 힘들고 어려운 길을 가더라도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길을 택하라는 게 내가 기업하는 마음이다. 기업이 국가와 사회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반대로 국가나 사회는 기업들이 스트레스가 없도록 해줘야 한다. 경제가 어려울 때 우리가 지혜를 모으고 좀 더 성장동력을 키울 수 있도록 각 경제주체가 협력할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러 가지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얘기다.

―10년 만에 매출이 10배 이상 늘었는데 비결은.

▷기업 경영에 대한 내 철학은 유연성을 가진 혁신적인 사고다. 1987년 일신을 설립한 뒤 건설사업을 해오던 나는 2007년 분양가상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주택공급 과잉 문제가 우려되면서 건설업에 위기를 느꼈다. 건설회사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분산 투자를 통한 리스크 관리로 건설업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즉시 실행에 옮겨 2008년 국내 건축자재업계 선두인 동서산업을 흡수합병했고, 이어 비데 제조기업 삼홍테크를 인수했다. 이런 일련의 노력은 경기 부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주택사업만으로는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 사업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혁신적인 사고의 시도였다. 이런 시도가 결과적으로는 아이에스동서 건설시공평가 순위를 21위까지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M&A를 통해 회사가 성장했는데, M&A 원칙은.

▷아이에스동서는 중장기적으로 지향하는 사업 방향성과 전략이 명확하게 세워져 있다. M&A를 할 때 고려 중인 사업이 이런 중장기 사업 방향과 전략에 맞는지를 반드시 확인한다. 싸고 괜찮은 기업이라고 무조건 인수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사업을 확장할 때도 부문별 역량 강화와 시너지 창출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10년부터 M&A를 할 때 투자전문업체인 JKL파트너스의 철저한 자문을 받아왔다. M&A를 최종 결정할 때는 외부 투자자문사 의견을 100%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회사 내부에 있는 전문 투자 검토 조직을 통해 다시 한번 철저히 검증하는 절차를 거친다.

―여러 부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

▷사업다각화를 펼치고 있지만 주력인 건설사업이 탄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이에스동서는 2011년 처음으로 시공능력평가 순위 100위 안에 진입한 데 이어 2018년 21위로 중견건설사 반열에 올랐다. 2016년 분양한 부산 용호동 초고층(69층) 주상복합아파트 'W'가 아이에스동서 위상을 높이는 모멘텀이 됐다. 초고층 주택 건축은 기술력과 사업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사업으로 이전까지 대형 건설사만 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뒤 대형 건설사들은 초고층 프로젝트에 쉽게 접근하지 않았지만 아이에스동서는 그동안 아파트를 시공하면서 축적한 기술력과 시공 능력을 바탕으로 초고층 주택 건설에 도전했다. 용호동 W 아파트에 투입된 사업비는 총 1조4000억원으로 당시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투입된 금액보다 많다.

최근 대구 수성범어 W도 150대1의 경쟁률과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1순위 최다 청약자 수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며 완판됐다. 이 밖에도 아파트 브랜드 '에일린의 뜰'과 지식산업센터 '아이에스비즈타워' 등으로 수도권과 전국에서 소비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자부한다. 가히 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양극화로 분양시장에서도 특정 단지나 지역별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서울은 여전히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주택이 부족하다. 주택 보급률이 100%에 도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래된 낡은 주택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정책적으로 서울 내 공급될 인허가 양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또 지방은 입주 물량이 증가했지만 지역에 따라 수요와 공급 편차가 크고 불균형한 곳도 있다. 따라서 충분한 수요가 있는 곳을 정확히 파악해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또 수요 특성을 예전보다 더 면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늘어나는 가구원 수뿐만 아니라 보다 다양해진 가구 형태나 가구의 연령대 등도 구체적으로 살피고 지역에 따라 어떤 특성이 있는지 치밀한 분석을 통해 공급 계획을 수립해 그 수요에 맞게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기부를 꾸준히 하는 등 사회 환원에 대한 생각이 남다른데.

▷지난 8년간 331억원 넘게 기부했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얻는 수익금 일부를 좋은 일에 쓰이도록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2016년 문암(門巖)장학문화재단을 설립했다. 부산·경남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위해 아이에스동서와 문암장학문화재단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공부에 뜻은 있지만 어려운 여건 때문에 일찍 그 꿈을 꺾게 되는 학생들을 체계적으로 돕고 있다. 지금까지 학생 1000명 정도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은 지난해 제가 미국 잡지 포브스 한국판 표지에 나온 것을 보고 직접 그림을 그려서 보내온 친구다. 그걸 보고 얼마나 기뻤던지, 앞으로 더 많은 학생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재단은 이런 학생들뿐만 아니라 다문화가정, 독거노인 등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일경제

`부산해상케이블카`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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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인 부산블루코스트가 부산 해운대~이기대 간 해상관광 케이블카를 추진하고 있는데.

▷부산에서 60년 이상 사는 등 부산은 제2의 고향이며 부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부산에서 자주 산책을 한다. 어느 날 부산 경기가 참 어려워 걱정하고 있는데 눈앞에 펼쳐진 광안대교와 바다가 무척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어느 관광학과 교수가 한 말 중에서 부산은 먹을거리와 볼거리는 있지만 즐길거리가 부족하다는 내용이 생각났다. 그때 부산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여러 아이디어 중 떠오른 것이 당시 제가 서 있던 남구 이기대와 해운대를 잇는 해상관광 케이블카였다. 이기대와 해운대를 잇는 해상관광 케이블카가 부산에 생긴다면 대한민국이나 아시아가 아닌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산 케이블카는 노약자나 장애인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케이블카가 있으면 노약자나 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들도 광안리 앞바다와 광안대교, 황령산과 오륙도, 이기대를 둘러싼 좋은 경치와 환경을 즐길 수 있다. 내 인생 최고의 작품이자 앞으로도 100년 넘도록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칭송받는, 부산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 내가 손자가 4명인데, 애들이 케이블카를 보면서 할아버지를 자랑스럽게 느끼도록 만들겠다.

―사업 추진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는데.

▷부산블루코스트는 해운대구 동백유원지와 남구 이기대공원을 연결하는 4.2㎞ 구간에 해상 케이블카를 설치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이는 국내 최장인 3.2㎞ 목포 해양 케이블카보다도 약 1㎞가 더 길다. 우려하시는 부분은 충분히 알고 있다. 안전성과 환경 문제는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운대·이기대 정류장에 주차장 1300여 면을 확보하고 지하철, 버스 등 기존 교통수단과 연계해 교통난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바다에 서는 해상타워를 당초 7개 설립하는 것에서 3개로 줄였다. 그리고 이 해상타워를 철골 형태가 아닌 친환경 콘크리트에 예술적인 감각을 겸비한 구조로 만들어 광안대교와 조화를 이루도록 해서 명물로 만들 계획이다. 글로벌 최고 기업의 첨단 공법을 동원할 계획이다.

또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3개 케이블에 캐빈을 연결해 돌풍이 불어도 흔들림이 거의 없게 만들 생각이다. 부산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부산이 가진 천혜의 바다 경관은 홍콩, 싱가포르 등 어디와 비교해도 빠지지 않는다. 광안대교와 해운대 마린시티, 누리마루APEC하우스 야경을 품에 안는 해상관광 케이블카는 부산이라는 도시 브랜드를 높여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해상관광 케이블카 지지 청원에 서명한 부산시민이 벌써 35만명에 달한다.

부산에 있으면 부산이 잘 보이지 않는다.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보니 부산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이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너무 안타깝다. 부산해상 케이블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잘 해결하면서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 콘텐츠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은…

△1950년 경북 의성 출생 △중앙대 대학원 졸업 △1980년 신동양건설 부사장 △1987년 반도통운 대표 △1987년 일신 창립·일신 회장 △1989년 일신건설산업 회장 △2008년 아이에스동서 회장 △2016년 문암장학문화재단 이사장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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