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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아삭아삭, 바삭바삭… 소리까지 맛있다 [안충훈 셰프의 '미식에 美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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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저 샐러드

“아삭아삭, 바삭바삭.” 이 경쾌하고 맛난 소리는 샐러드를 먹을 때 나는 소리다.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져 있는 현대인들에게 모자란 필수 영양소는 무기질이다. 그린 비타민, 라디치오, 로메인, 양상추 등이 무기질이 매우 풍부한데 요즘은 제철 채소들을 즐기기에 적합한 계절이다. 특히 코스 요리에서 음식의 시작을 알리는 샐러드는 입맛을 북돋아주고 수분, 무기질, 비타민이 풍부해 우리 몸에 아주 중요한 영양소들을 충족해 준다. 가장 유명한 샐러드를 꼽자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시저 샐러드다.

쌈으로 즐겨먹는 상추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결이 단단하고 바삭거리는 식감이 좋은 상추를 사용하는데 이것이 로메인 레터스이다. 이 채소로 시저 드레싱을 얹어 먹으면 상쾌한 한 끼를 누릴 수 있다. 가정에서도 시저 샐러드로 밸런스 있는 영양 섭취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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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 이름이 왜 시저 황제일까

시저 (caesar)는 카이사르, 케사르로도 불리는 고대 로마 황제의 줄리어스 시저의 이름이다. 그런데 로마 황제의 이름이 어떻게 샐러드 이름이 됐을까. 가장 널리 퍼진 것은 고대 로마황제인 시저가 많이 먹어서 유명해졌다는 설이다.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진다. 시저는 매일같이 요리사에게 맛있는 음식을 내놓으라고 달달 볶았다고 한다. 이에 열 받은 요리사가 어느 날 시저를 골탕먹일 작정으로 냄새가 고약한 멸치젓 엔초비를 버무린 샐러드를 내놓았다. 그런데 시저는 이 샐러드를 먹은 뒤 “너는 최고의 요리사”라며 극찬했고 이후로도 시저는 이 샐러드를 즐겨 먹으면서 시저 샐러드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사실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더 설득력 있는 유래가 있다. 미국의 금주법을 피해 1924년 멕시코로 이주한 이탈리아계 미국인 요리사 시저 카디니의 샐러드가 큰 인기를 끌면서 그의 이름을 따라 시저 샐러드가 됐다는 얘기다. 그가 만든 샐러드는 빈부격차가 심하던 미국 근대화 시대에도 노동자, 부유층 할 것 없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미국 근대사 50년 동안 가장 훌륭한 요리로 뽑혔다고 한다. 계란, 단단해진 빵조각, 베이컨, 채소, 올리브 오일, 엔초비 등등 그때 당시 흔한 식재료를 조합해 마요네즈 드레싱을 만들어 버무려 먹었던 것에서 유래됐다. 요즘은 셰프들의 테크닉에 따라 스타일이 다양하고 레시피도 천차만별로 변했지만 베이직 레시피가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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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재료 밸런스

마요네즈 드레싱은 올리브오일에 계란 노른자를 풀어 저어가면서 응고시켜 만든다. 그런데 시중에 파는 마요네즈와는 달리 실제 소스는 묽은 편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마요네즈는 응고제를 넣어 되직하게 만드는데 사실 판매제품은 ‘칼로리 폭탄’이다. 직접 만드는 마요네즈 드레싱은 보통 올리브 오일, 마늘, 계란 노른자, 레몬즙 정도만 사용한다. 여기에 다진 마늘, 양파, 엔초비, 파슬리가 기본으로 들어가고 셰프들의 기호에 따라 다른 식재료를 첨부한다.

미국 근대화 시절 시저 샐러드는 한 끼 식사나 간식으로 충분했다. 로메인 상추는 다른 상추보다 무기질과 비타민이 훨씬 더 풍부하다. 또 베이컨과 계란의 단백질, 빵의 탄수화물, 올리브 오일, 엔초비의 불포화 지방산 등이 곁들여지기 때문에 영양소 구성으로 보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샐러드다. 시저 카디니가 얼마나 영리한 요리사였는지 샐러드 영양 구성의 단편만으로도 알 수 있다. 요리사가 똑똑해야 음식도 오랫동안 빛을 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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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네즈 드레싱 재료와 만들기= 엑스트라버진 올리브 오일 100㎖, 계란 노른자 3개, 레몬즙 1큰술, 소금, 후추, 엔초비 3마리, 파세리 1줄기, 다진 마늘 1티스푼

① 파세리를 물에 헹구어 물기를 털어 낸후 거칠게 다진다. ② 엔초비는 곱게 다져서 준비한다. ③ 계란 노른자에 다진 마늘을 넣고, 올리브 오일을 조금씩 떨어뜨리면서 거품기로 저어 응고시킨다. ④ 중간중간에 다진 레몬즙을 여러 번에 걸쳐 넣는다. ⑤ 마지막에 다진 엔초비, 소금, 후추와 다진 파세리를 넣어 마요네즈 소스를 완성한다.

■시저 샐러드 재료와 만들기= 로메인 10장, 베이컨 2장, 치즈가루 한 큰술, 식빵(바게트 빵 2조각) 한 조각, 슬라이스 아몬드 1큰술

① 로메인을 물에 헹구고 물을 털어내 싱싱하게 살린다. ② 베이컨은 손톱 크기로 잘라 볶아서 크리스피하게 만든다. ③ 식빵도 기호에 따라 주사위 모양의 새끼 손톱 크기로 잘라 버터에 볶아서 준비한다. 이것을 크루통이라 부른다. ④ 로메인에 드레싱을 바르고, 베이컨 아몬드를 켜켜이 뿌린다. ⑤ 접시에 로메인을 깔고 크루통과 치즈가루를 뭉치지 않게 잘 뿌려주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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