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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장석의 新영업之道]<23>새로운 영업의 길을 마무리하며 (1)읍참마속 (泣斬馬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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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많은 사람이 교육, 컬럼, 책을 통해 영업직원에게'이래야 한다'를 반복 또 반복해왔지만 영업 현장은 그대로다. 영업의 일부이며 절대 약자인'을'만을 다그쳐서 달라질 수 없기에 '신(新)영업지도'에선 영업혁신 주체와 범주를 넓혀서 다뤘다. 영업직원의 DNA를 결정하는 영업 리더, 영업직원의 눈높이와 실행방향을 결정하는 경영층,'갑'으로 통칭되는 고객에 이르기까지'새로운 영업의 길'을 위해 함께 바꿔야 할 것을 정리했다. 하지만, 이것은 기본요건에 불과하다.

영업이 갑과 을에 의해 시작되고 마무리되기에 모든 문제의 원인과 책임이 갑과 을에 귀결되지만, 그것은 옳지 않다. 운동경기의 주체는 선수지만 경기장, 규정, 관객, 심판 등 경기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더 많다. 영업 현장도 다르지 않다. 갑과 을 외에도 다양한 외적변수가 존재한다.

시설이 나빠서 경기를 망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평가 기준, 시합 규칙이 잘못되어 경기가 잘못된 경우도 거의 없다. 대부분 문제는 심판 공정성 이슈로 모아진다. 공정성 문제는 심판이 의도적으로 규칙에 따라 관리하지 않거나 실수로 놓쳐서 생기는 것이다.

영업현장도 다르지 않다. 공정거래기준은 법으로 명확하게 규정됐고, 공무원의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는 엄격하게 금지됐다. 대부분 기업은 윤리경영, 정보 투명성 관련 원칙과 규정을 정하고 끝없이 교육하고 있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적용이 엄격해야 한다. 포춘지로부터 6년 연속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된 엔론은 분식회계가 드러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유럽의 대표적인 전기전자 기업은 아시아, 남미 국가 정유시설 현대화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공무원에게 뇌물을 뿌린 것이 적발되어 1조원에 가까운 벌금을 내고, 최고경영자는 15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미국의 대표적 유통회사는 멕시코에서의 뇌물사건으로 하루 만에 2조원의 기업가치를 잃었다.

이런 사건을 접할 때 마다 놀라운 것은 처벌의 범위와 강도다. 회사에 범죄행위 관련 금액의 10배 이상 벌금을 부과하고, 관련자에겐 징역을 포함한 자유형을 가하고, 기업을 시장으로부터 영원히 분리시키기도 한다.

또한 조사 및 처벌 후 반드시 포함되는 것이 재발방지조치다.

살아남은 기업은 최소 10년간 교육 및 감시를 포함한 재발방지 활동을 해야 한다.

미국 반부패방지법(FCPA) 관련 사례지만 반부패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공통주제다.

이런 사건과 결과를 남의 일로 봐선 안 된다. 문제의 핵심은 범 또는 규정이 아니라, 법과 규정의 준엄한 적용이다. 법과 규정이 없는 나라는 없다.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가 중국에서 직접 방문판매권을 따내기 위해 현지 공무원을 대상으로 접대성 해외여행과 뇌물을 제공한 사실이 발각됐다. 회사는 어렵게(?) 사업권을 따냈지만 1500억원 가까운 벌금을 내고 중국에서 쫓겨났다.

뇌물 내용도 충격적이지만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회사 리더들의 의식구조가 더 문제였다. 조사가 진행되면서 직원들이 동요할 때 담당 임원이 직원에게 보낸 메일의 일부다.

“우리가 했던 일은, 관시(關係)가 중요한 중국에서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모든 것은 회사를 위한 일이었다.”리더의 이런 인식이 회사를 파멸로 이끈 것이다.

르는 게 아니라 안 보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사건이 터지면, 기업은 꼬리 자르기에 급급하다.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할 기관은 정해진 잣대를 버리고 슬그머니 넘어간다. 분식회계를 저질러도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대충 마무리한다. 기본을 어겨도 법보다 상황 논리가 우선된다. 그래서 우리는 달라지지 않았다.

골프장엔 갑과 을의 화합이 가득하다. 동네 음식점은 한가해도 어이없는 가격의 음식점과 유흥업소엔 손님이 들어선다. 공정 경쟁 입찰을 천명하지만 공고되면 누가 수주할 것인가를 모두 안다.

기울지 않은 운동장과 규정대로 공정하게 판정하는 심판이 있다면 선수는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 깨끗한 영업, 가치 중심의 영업은 국격을 높이는 길이다. 새로운 법, 규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미 정해진 것을 제대로 실행, 집행하는 것이 먼저다. 새로운 영업의 길에 들어서는 첫 관문은 법과 규정의 엄중한 집행이다. 스스로 바로잡을 기회를 놓치면 남에 의해 재앙을 맞을 수 있다.

이장석 한국영업혁신그룹(KSIG) 대표 js.aquina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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