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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사설] 이해 힘든 '트럼프 방한 요청' 공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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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한국당 의원을 외교상기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의원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5월 말 방일(訪日) 때 '잠깐이라도 한국을 방문해달라'고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돌아가는 길에 잠깐 들르는 방식이면 충분할 것 같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것이 '외교상 기밀누설죄'라는 것이다. 앞서 청와대는 주미 대사관 외교관이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이 한국당 의원에게 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국가 정상 간 통화 내용을 담당 업무와 관련도 없는 외교관이 외부에 전달하는 건 옳지 않다. 대외적 신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한국당 내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통화 내용 공개가 부적절하다 해도 그 내용이 무엇인지도 중요하다. 내용이 정말 숨겨야 할 비밀이라면 책임이 클 것이다. 그러나 방일하는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도 방문해달라고 요청한 것이 기밀인가 상식인가. 통화 직후 청와대도 '트럼프 대통령 방한 논의'를 발표했었다. 한국당 의원 기자회견을 기사로 다룬 언론도 별로 없었다. 뉴스 가치가 없다고 본 것이다.

이 의원이 이런 상식적인 통화 내용을 기자회견까지 열어 공개한 이유도 모르겠고 한국당이 '구걸 외교'라고 비난한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청와대가 '사실무근'이라고 거짓말한 것도 이해하기 힘들고 '사실무근이지만 기밀 유출'이라는 황당한 논리도 이해하기 힘들다. 과거에도 정상 간 대화 내용은 여러 차례 흘러나왔지만 이런 논란이 벌어진 적은 거의 없다. 지난해 초 민주당 전 의원은 방송에서 "한·미 대통령 통화 녹취를 다 받아봤다. 여기(휴대전화)에 들어 있다"고 과시하며 내용을 공개한 적도 있다. 이번 일과 뭐가 다른가. 일본 신문은 그제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문 대통령에게 '한·일 관계 정상화'를 주문했다는 내용까지 보도했다. 검찰이 거의 매일 확정되지도 않은 피의사실을 공표해 법을 어기고 인권을 짓밟는 것은 방관하는 정부의 내로남불도 이해하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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