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경쟁력을 얻고 있다고 여러 차례 비판했다. 그러나 미 재무부는 지난해 하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넣지는 않고 일본, 인도, 독일, 스위스, 한국과 함께 관찰대상국으로 일단 분류했다. 이들 중 중국을 먼저 정조준한 건데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목한 다른 나라로도 확대할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 우리의 원화 가치는 공교롭게도 위안화 움직임과 궤를 같이하며 최근 가파르게 하락해 미국의 공세에서 자유롭지 못할 처지다.
미국과 중국 간 기술전쟁에 이어 통화전쟁으로 확대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수출 시장에서 중국(26.8%)과 미국(12.1%)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가깝고, 특히 우리의 대중 수출품 가운데 중간재 비중이 79%에 이른다. 우리가 중국에 중간재를 팔면 중국은 이걸로 최종소비재를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구조이니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면 우리가 타격을 가장 크게 받는 것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까지 5개월 연속 감소세인 수출은 5월에도 맥을 못 추고 있는 데다 대중국 수출 감소는 더 심하다. 미·중 간 무역전쟁은 글로벌 패권을 쥐려는 싸움이니 갈수록 더 치열하고 길어질 수 있음에 대비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수출 경쟁력을 판가름할 핵심 기술 분야에서 자립도를 높이고 갈수록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공급사슬이 뒤바뀔 것으로 보고 해외 투자와 산업 입지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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