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8 (일)

[사설] 美 기술전쟁이어 통화전쟁까지…수출전략 전면 재점검하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국 상무부가 달러에 대한 자국 통화 가치를 절하하는 국가에 상계관세 부과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기술전쟁에 이은 전면적 통화전쟁을 예고하는 듯해 심상치 않다. 상계관세는 보조금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인 수입품이 자국 산업에 피해를 줬다고 판단될 때 부과하는 관세다. 산업 보조금이나 덤핑을 이유로 상계관세를 부과한 적은 있으나 통화 가치 변동을 연결시킨 건 처음이다. 재무부의 업무 영역인 통화 정책을 무역과 연계한 것도 전례가 없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교역 대상국이 통화 절하에 개입하는 것은 자국 산업을 위한 통화 보조금에 해당하는 만큼 상계관세 부과를 추진하겠다"며 "더 이상 통화 정책을 활용해 미국 노동자와 기업에 불이익을 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미·중 무역협상 결렬 후 달러 대비 가치가 급락한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경쟁력을 얻고 있다고 여러 차례 비판했다. 그러나 미 재무부는 지난해 하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넣지는 않고 일본, 인도, 독일, 스위스, 한국과 함께 관찰대상국으로 일단 분류했다. 이들 중 중국을 먼저 정조준한 건데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목한 다른 나라로도 확대할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 우리의 원화 가치는 공교롭게도 위안화 움직임과 궤를 같이하며 최근 가파르게 하락해 미국의 공세에서 자유롭지 못할 처지다.

미국과 중국 간 기술전쟁에 이어 통화전쟁으로 확대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수출 시장에서 중국(26.8%)과 미국(12.1%)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가깝고, 특히 우리의 대중 수출품 가운데 중간재 비중이 79%에 이른다. 우리가 중국에 중간재를 팔면 중국은 이걸로 최종소비재를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구조이니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면 우리가 타격을 가장 크게 받는 것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까지 5개월 연속 감소세인 수출은 5월에도 맥을 못 추고 있는 데다 대중국 수출 감소는 더 심하다. 미·중 간 무역전쟁은 글로벌 패권을 쥐려는 싸움이니 갈수록 더 치열하고 길어질 수 있음에 대비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수출 경쟁력을 판가름할 핵심 기술 분야에서 자립도를 높이고 갈수록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공급사슬이 뒤바뀔 것으로 보고 해외 투자와 산업 입지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