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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사설] `강제징용 갈등` 풀기는커녕 되레 낯만 붉힌 한·일 외교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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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한일 관계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지난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양자회담을 했으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문제로 충돌하면서 되레 얼굴만 붉힌 채 끝났다. 고노 외무상은 "한국 외교부 대변인이 '일본 기업이 한국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 것을 알고 있다. 사안의 중대성을 이해하지 못한 대단히 심각한 발언"이라고 불만을 제기했고, 강 장관은 일본 측에 "신중한 언행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양국이 석 달 만에 대화의 물꼬를 텄지만 또다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다.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 북핵 해결을 위한 한·미·일 공조에 균열이 생기고 한반도 안보를 위한 군사협력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양국 정부가 파국을 막기 위해 나름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 갈등 관리를 담당하는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이 강제징용 피해자 측과 접촉했다" "대법원 판결을 받은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이 배상하는 것을 전제로 한국 정부가 재단을 설립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와 유족에게 보상하는 해결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만 봐도 그렇다. 또 외교부 내 대표적 일본통인 조세영 국립외교원장이 신임 외교부 1차관에 임명되고, 양국이 다음달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국방장관회담을 추진하는 것도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누차 강조했듯이 한일 갈등은 더 이상 '민족주의' 관점으로는 풀 수 없다. 역사 화해와 미래 협력이라는 큰 틀에서 유연하게 접근해야 접점을 찾을 수 있다. 지금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국민의 성원이 중요하다. 서로 신뢰가 쌓이고 우호적인 분위기가 마련돼야 6월 G20 정상회의에서 양국 지도자의 역사적 결단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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