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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박근혜 청와대, 정보경찰 ‘정치공작’에 활용” 경찰청 특수단, 수사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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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국정원 댓글·역사교과서 등 / 정치 관련 불법 문건 생산 지시” / 이병기·조윤선 등 6명 기소 의견 / 檢 ‘선거개입’ 판단 강신명 前 청장 / 警선 “혐의 적용 무리” 배제 논란

세계일보

박근혜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인사들이 정치·선거 관여로 볼 수 있는 각종 불법적 문건을 정보경찰에 생산하도록 개입한 사실이 경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이들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역사교과서 문제 등과 관련해서는 이념적으로 편향된 보고서를 경찰 차원에서 만들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2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전 대통령 비서실장, 전 정무수석 2명,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과 치안비서관 3명 등 6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송치된 이들은 이병기(72) 전 비서실장과 현기환(60)·조윤선(53) 전 정무수석, 박근혜 정권에서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을 지낸 이철성(61)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61)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치안비서관을 지낸 박화진(56) 현 경찰청 외사국장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4∼2016년 총선과 지방선거, 재·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칠 문건을 생산하게 하는 등 직무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임무를 정보경찰에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선거 관여 문건 외에도 청와대 인사들은 좌파 단체에 지원되는 보조금을 중단시키자는 내용의 보고서 등 정치 관여 문건의 생산도 지시했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성완종 전 의원 사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논란이 된 국회법 개정안 등 이슈가 포함됐는데 수세에 몰린 청와대가 국면을 타개할 방안도 담겼다. 아울러 역사 교과서나 세월호 특조위, 진보 교육감을 다룬 문건에서는 특정 인물의 동향을 파악해 보고하거나 이들에 대한 이념 편향적 정보가 생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참여하는 각종 회의에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안건이 상정되면,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경찰청 정보국 과·계장에게 관련 문건 작성 지시가 하달됐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청와대 지시로 문건이 작성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뒤 이를 뒷받침할 다른 증거를 확보해 혐의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보경찰이 작성한 불법적인 문건을 보고받고 이를 승인한 당시 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되지 않는 등 경찰 수사가 미진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박근혜정부 당시 정보경찰의 정치·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최근 강신명 전 경찰청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다. 하지만 경찰은 강 전 청장을 소환조사하지 않는 등 당시 지휘부에 대해 사법적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강 전 청장과 관련해) 검찰이 파악한 사실관계와 경찰이 수사한 부분은 다른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이 조사한 문건과 관련 강 전 청장이 위법한 지시를 내렸다는 진술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문건을 승인한 행위만으로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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