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30 (화)

[기자24시] 르노삼성 임단협 부결의 이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럴 거면 임단협(임금·단체협약 협상) 잠정 합의한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기본급 동결에 합의했다 다시 인상을 요구할 거면 합의하지 말았어야죠." 22일 르노삼성자동차 노조가 긴급 대의원 회의 뒤 내놓은 성명을 보고 회사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노조는 전일 밤, 노조원이 던진 2141표 중 1109표(51.8%)가 반대해 '2018 임단협' 노사 잠정 합의안이 부결됐다고 발표했다. 가결에 필요한 찬성표(투표자의 과반)가 불과 48표 부족했다. 그러자 노조는 이튿날 성명에서 "부결의 원인은 기본급 동결이 크다"며 재협상을 통해 기본급 인상을 밀어붙이겠다고 한다.

노조 주장은 '눈 가리고 아웅'이다. 부산 경제계와 여론은 역대 최장인 11개월 협상 끝에 겨우 도출한 합의가 깨진 진짜 원인을 안다. 숫자로는 얼마 되지 않는 442명의 영업직 노조원들이 현 노조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성으로 대거 반대표를 던졌다. 노조원 대다수를 차지하는 1662명의 생산직은 52.2%가 찬성, 역대 최고 찬성률을 보였다. 노조는 잠정 합의안이 아니라 스스로의 소통 부재를 탓해야 한다.

노조가 새삼 꺼내든 기본급 동결은 협상 초기에 합의된 바나 마찬가지다. 대신 사측은 성과격려금 300만원과 기본급 동결 보상, 물량 확보 격려금, 특별격려금 각각 1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협상을 길고 지난하게 만든 핵심 쟁점은 단 하나, 직원들을 전환 배치할 때 노조 합의를 거칠 것이냐 하는 문제였다.

결국 노조 내분이 임단협 합의 불발의 명백한 원인이다. 프랑스 르노그룹을 실망시켜 르노삼성차의 생명줄인 수출 물량 배정을 위태롭게 만든 것도 오롯이 노조의 탓이 됐다. 파업으로 이미 4000억원대 피해를 입은 르노삼성차와 부산 일대 협력사는 물론 기나긴 노사 대립에 지쳐버린 임직원도 또 한 번 절망을 맛봤다.

노조는 22일 성명에서 회사를 향한 노조원들의 '분노'를 언급했다. 하지만 지금 노조에 필요한 건 책임 전가가 아니다. 내부를 다독이고 가능한 한 이른 시간 내 합의 내용을 통과시키는 일이다. 생산절벽을 막고 생산절벽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을 막는 유일한 방책이기도 하다.

[산업부 = 이종혁 기자 2jhyeok@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