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 맞은 국내 레깅스 시장
최근 1~2년 사이 국내에 선보이고 있는 레깅스는 파스텔톤을 기본으로 한 화사한 색상이 압도적으로 많다. Y존을 도드라지지 않도록 배려하고, 배를 다 감쌀 정도로 허리 부분을 높게 만든 디자인으로 여성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국내 요가복 브랜드 뮬라웨어의 모델 이하늬의 모습. [사진 뮬라웨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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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깅스의 인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게시물 수만 봐도 알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레깅스란 해시태그로 검색되는 게시물 수는 41만 개가 넘는다. 영문 #leggings 해시태그로는 690만 건. 대부분이 레깅스를 입고 운동하는 사진이거나 엉덩이를 최대한 뒤로 빼 몸을 S자로 만들고 포즈를 취한 사진들이다.
요즘의 레깅스는 검정·회색 등 어두운 색 일색이었던 과거와 다르게 핑크·보라 등 다양한 파스텔톤 컬러로 화사함을 강조한다. 가격은 2만~3만원 대로 가성비 측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운동복, 일상복의 경계를 허문 레깅스. 사진은 안다르의 모델 신세경 모습. [사진 안다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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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라웨어의 연보라색 레깅스. [사진 뮬라웨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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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엔 최근 1~2년 사이 애슬레저 룩 매장이 크게 늘었다. 롯데백화점은 아예 지난해 상반기 조직개편에서 ‘애슬레저 룩 파트’를 신설하고, 2015년 10개 수준이었던 애슬레저 룩 매장 수를 지난해 24개로 늘렸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약 48% 신장했다. 같은 기간 청바지 상품군은 4% 신장에 그쳤다. 올해도 룰루레몬을 여성복 층인 3층에 입점시키는 등 애슬레저 룩 분야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국내 요가복 전문 브랜드 젝시믹스의 다양한 레깅스들. [사진 젝시믹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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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3일엔 국내 모 대학 커뮤니티에 올라온 "딱 붙는 레깅스 학교에서 입는 게 좀 그래?"라는 게시글 때문에 온라인에서 열띤 댓글 공방전이 벌어졌다. "개인의 자유"라는 의견과 "학교에선 입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직장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레깅스 차림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고 “TPO에 맞지 않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사람이 많다. 평소 레깅스를 즐겨 입는다는 직장인 양지혜씨는 "휴일엔 자유롭게 입지만 회사 출근 시엔 입지 않는다"며 “상사와 동료들의 불편한 시선과 수근거림이 느껴져 마치 내가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잡음은 세계 1위 레깅스 시장인 미국에서 더 빈번하게 일어난다. 미국 CNN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제임스메디슨 고등학교에서 ‘학부모가 학교를 방문할 때 노출이 심한 옷이나 잠옷을 입으면 안 된다’고 공지하면서 여기에 레깅스를 포함시켜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앞서 3월 말엔 미국 인디애나주 노트르담 대학 신문에 한 학부모가 “레깅스 차림의 젊은 여성들 때문에 남학생들이 불편해할 수 있으니 착용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기고문을 실어 문제가 됐다. 이에 반발한 노트르담대 학생들은 레깅스를 입고 캠퍼스에 모여 ‘레깅스 시위’를 벌였다.
학교만이 아니다.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은 지난해 3월 캐나다 덴버 국제공항에서 여객기에 탑승하려던 10대 소녀 승객 3명의 탑승을 레깅스를 입었다는 이유로 거부해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이 중 1명은 가방에서 치마를 꺼내 입어 비행기에 올랐지만, 나머지 2명은 이를 거부해 결국 탑승하지 못했다.
이제 레깅스는 일상 생활에서도 쉽게 입는 옷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진은 안다르의 모델 신세경의 레깅스 화보. [사진 안다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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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요가·필라테스 등 운동을 즐기는 여성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운동복으로 레깅스을 착용해본 사람들은 레깅스의 장점을 일상생활에서도 계속 누리고 싶어한다. 그러다보니 기존의 일상복과 매치하기 쉬운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의 ‘예쁜 레깅스’를 원하는 수요 또한 커졌다. 국내 레깅스 브랜드들은 하이 웨이스트에 파스텔톤 컬러를 쓰는 등 여성적인 디자인을 제시하며 소비자의 욕구를 파고들었다. 운동 매니아인 이수연(젝시믹스)씨, 요가 강사 자격증을 가진 신애련(안다르)씨 등 젊은 여성 대표들이 자신이 입고 싶은 레깅스를 직접 만든 게 주효했다. 20대 직장인 최정인씨는 “하나에 10만원이 훌쩍 넘는 룰루레몬은 가격이 부담스러웠는데, 최근 나온 국내 브랜드 레깅스는 2만 원대라 부담이 없다”며 “디자인도 예쁘고 기능성도 좋아 색깔별로 사서 입고 있다”고 말했다.
거의 매일 레깅스를 입는 다는 이수연 젝시믹스 대표. [사진 젝시믹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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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칭 3년 만에 지난해 4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안다르’의 신애련 대표. [사진 신애련 인스타그램] |
지난해 론칭한 국내 브랜드 ‘템플’의 보정 레깅스 ‘스파이럴’을 입은 모델. 템플은 3000여 명에 달하는 레깅스 착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신제품 레깅스에 적용했다. [사진 템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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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있는 뮬라웨어의 플래그십 스토어 ‘카페뮬라’에서 열린 요가 클래스의 모습이다. [사진 뮬라웨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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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미국의 레깅스 수입량(2억 장)은 처음으로 청바지 수입량을 넘어섰다. 시장조사회사 NPD그룹의 마셜 코헨 애널리스트는 “레깅스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국내 상황도 비슷한 분위기다. 트렌드 분석가 이정민 대표(트렌드랩506)는 “편하다는 착용상의 장점에 패셔너블한 이미지까지 갖춘 레깅스는 더욱 속도를 내 우리 생활 속으로 깊이 파고들 것”이라며 “향후 몇 년간은 레깅스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각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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