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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단상]게임 질병화…'약'이 아닌 대화와 합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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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이재홍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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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질병화로 게임 생태계와 의사 단체가 연일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 게임 역사는 산업으로 보면 20여년 되지만 놀이 문화로는 선사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중 놀이 문화는 시대 환경에 따라 변해 왔다. 선사시대 무천과 같은 제천의식도 일종의 그 시대 사람들의 놀이 문화였다. 고려시대 연등회나 팔관회가 그러했고, 조선시대 광대놀이도 서민 놀이 문화 가운데 하나였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온 놀이 문화는 전자 기기와 결합돼 동네오락실과 같은 청소년 놀이 문화로 변화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를 거치면서 현재는 청소년 대표 놀이 문화로 게임이 자리 잡게 됐다.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에 따라 변화돼 온 놀이 문화는 대중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하나의 여가 수단으로서 사회 문화였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을 질병 영역인 중독 관점에서 다루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게임부작용은 과거 수백년 동안 동서양에서 문제가 돼 온 마약이나 술의 폐해와 다르다. 또 2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우리나라 상황과 일부 흐름만으로 게임을 병리 문제로 다루기에는 연구가 너무 미미하다.

논쟁 상황에서 사회 합의를 끌어내지 않고 질병으로 취급된다면 앞으로 우리나라가 부담해야 할 사회 비용이 막대할 것이다.

어느 시대를 망라하고 청소년들은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왔다. 오렌지족, X세대, Z세대 등 시대에 따라 특정 세대를 대표하다가 슬그머니 사라져 갔다. 최근에는 유튜브족, 넷플릭스족 등 청소년 놀이 문화 중심이 전통 매체를 넘어 새로운 매체로 이동되고 있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시대별 디지털 기기와 결합돼 새로운 놀이 문화로 발전돼 왔다. 오히려 새로운 놀이 문화에 뒤처지는 것이 그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왕따'로 취급받는 시대가 됐다.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되는 놀이 문화를 병리 현상으로 묶게 되면 앞으로 청소년이 즐길 모든 디지털 기술은 중독 영역까지 미리 고민해야 할 것이다.

물론 놀이 문화를 즐기는 수용도의 차이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나 사람마다 다른 수용도 차이는 상담이나 교육과 같은 사회 문화 수단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얼마 전 교육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학교에서 하는 여러 가지 활동 가운데 같은 동급생끼리 또는 선배가 후배의 말을 들어 주고 대화하는 '또래상담사' 활동이 성과가 높다는 말을 들었다. 지금 청소년들은 자신의 눈높이에서 자신의 문제를 이해해 주고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임 문제도 게임으로 문제가 있는 친구 시각에서 해결하려고 해야지 약으로 대응한다면 효과가 있더라도 일시일 뿐 부작용이 클 것이다. 그리고 청소년이 즐기는 모든 신기술 놀이 수단을 병리 현상으로 다뤄야 할 날도 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의 게임 논쟁은 게임 이전에 인터넷 세상 전반에 걸친 문제이기도 하다. 인터넷이 일상화되기 이전에 게임은 우리 사회의 일부분이었다. 그러나 유선 인터넷을 거쳐 무선 인터넷이 일상화되고 개인이 24시간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세상에서는 게임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연결된 모든 것을 게임과 같은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인터넷 쇼핑이나 인터넷 영상, 인터넷 검색 등 24시간 즐길 거리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과잉 인터넷 활동으로 인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게임 문제를 인터넷 세상에 대한 근본 문제 해결 없이 게임으로만 한정해서 접근한다면 국가 차원에서도 큰 과오를 범하게 될 것이다.

게임은 시대 환경에 따라 변화되는 놀이 문화다. 이 때문에 사회 문화 요소가 강하다. 게임으로 인한 문제도 그 사회 구성원들이 머리를 모아서 사회 합의를 거쳐 해결해야 한다.

더 나아가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 시각에서 그들이 어떻게 게임을 바라보고, 그들이 바라는 게임 문제 해결 방향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청소년들이 '약'보다는 '대화'를 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홍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munsarang@gra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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