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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혹시 아이에게 "울지좀 말라"고 다그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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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세이브더칠드런의 `그리다, 100가지 말 상처` 그림전 /사진=세이브더칠드런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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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엄마 잡학사전-91] "울지 좀 마, 계속 그러면 무서운 아저씨가 잡아갈 거야." 혹시 오늘 아이에게 이런 말을 했다면, 평소 자녀에게 상처 주는 말을 자주 하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린이 권리를 옹호하는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이 이달 17일부터 21일까지 창립 100주년을 맞아 서울 청계광장에서 개최하는 '그리다, 100가지 말 상처' 그림전을 다녀온 남편이 체크리스트를 가져다 줬다. 아이들에게 상처 주는 말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리스트인데 내가 아이에게 종종 하는 말이 적혀 있어 섬뜩했다. "울지 좀 마, 셋 셀 때까지 해, 그렇게 까불다가 다칠 줄 알았어, 한 번만 더 반찬 투정하면 밥 안 줄거야" 등이다.

아이가 울 때는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읽어주며 "속상했겠다, 엄마가 안아줄게"라는 말을 하는 게 좋다고 익히 들었지만 현실 상황에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출근 준비로 바쁜데 종이접기를 해달라든지, 잠잘 시간이 넘었는데 더 놀고 싶다며 우는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울지 좀 말라'는 말이 튀어 나온다. 우는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며 속상했겠다고 위로해주려고 노력하지만 엄마도 감정의 동물인지라 잘 안 될 때가 있다.

"네가 양보해, 넌 왜 맨날 그 모양이니? 제발 여러 번 말하게 하지마, 넌 대체 누굴 닮아서 이러니? 어디서 말대꾸야, 어른들 이야기에 끼어들지 마라" 등 부모에게 이 같은 말을 들었을 때 받은 느낌을 아이들이 그림으로 표현한 것을 보면 마음 한 구석이 서늘해진다. 그림은 대체로 빨갛거나 까맣거나 아니면 파랗다. 입에서 불을 뿜고 있는 그림, 자신과 형제를 나무에 밧줄로 묶은 그림, 스스로를 밧줄로 묶은 그림, 차가운 눈물이 얼굴을 뒤덮은 그림 등을 보면 아이들이 부모의 말에 큰 상처를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을 때리는 것만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부모의 차가운 말이 오히려 아이의 마음을 멍들게 하고 피눈물을 흘리게 한다고 말한다. 그럼 아이에게 상처 주는 말 대신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세이브더칠드런은 "난 너 하나 보고 살아"라는 말 대신 "너는 엄마(아빠)에게 정말 소중한 존재야", "넌 우리집 기둥이다"라는 말 대신 "우리는 너를 사랑하고 응원한단다"고 바꿔 말해 보자고 한다. "잘했지만 조금만 더 하면 완벽할 것 같아"라는 말로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는 대신 "네가 열심히 해서 해냈구나, 네가 만족해하는 것 같아 나도 너무 기뻐",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라는 말 대신 "이 말이 너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어"라고 솔직하게 말해보라는 것이다.

"너는 왜 맨날 흘리고 먹니"라고 말하기보다는 "흘렸네, 닦아야겠다"고 말하거나 "조용히 좀 못해! 입 닥쳐!"라며 무작정 소리지르기보다는 "잠시만 조용히 있어줄 수 있겠니?"라고 말해 보는 건 어떨까. "네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라는 말 대신 아이도 속상할 테니 "일이 잘 안 돼서 속상하겠구나"라고 공감해준다면 아이가 말로 상처받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절대 남한테 지면 안 돼" 등 아이에게 큰 상처가 되는 말은 아예 하지 않는 편이 좋다. 100가지 리스트를 보고 내가 아이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을 찾아 오늘부터 다른 말로 바꿔 말해보자. 아이의 표정이 더욱 밝아질 것이다.

[권한울 중소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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