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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과학TALK] 국제 질량 단위 ‘킬로그램’…금속덩어리서 기본상수로 ‘재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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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20일 세계 측정의 날은 다른 해보다 특별하다. 인간이 130년간 사용해 온 무게의 국제 기본 단위인 킬로그램(kg)과 전류 단위 암페어(A), 열온도 켈빈(K), 물질량을 뜻하는 몰(mol)의 정의가 재정립되기 때문이다.

이번 4개 기본 단위 재정의는 그동안 물리적 단위가 존재해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할 수 있는 단위의 정의를 기본 상수를 이용해 변하지 않고 어디서든 구현할 수 있도록 바꾼다는 의미가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흔히 접하게 되는 무게 단위 킬로그램은 국제 킬로그램 ‘원기(原器)’의 질량을 기준으로 한다. 국제 킬로그램 원기는 1889년 백금과 이리듐으로 만든 일종의 합금 덩어리다.

조선비즈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킬로그램원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이러한 원기의 문제는 세월이 지나면서 오차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미세한 오차는 일상생활에서 크게 드러날 만한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산업 현장과 의료·과학 등 전문 연구 분야에서 실제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결국 사회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킬로그램의 경우 원기의 질량은 최초 제작 당시보다 수십 마이크로그램(㎍)의 오차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질량의 킬로그램을 이용해 정의한 몰 또한 재정의가 필요하게 됐다.

킬로그램의 새로운 정의에는 ‘플랑크 상수(h=6.626×10-34J·s)’라는 고정값의 기본상수와 물체의 질량을 연결하는 ‘키블 저울(Kibble Balance)’을 사용한다. 플랑크 상수는 빛 에너지와 파장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 상수다.

특히 이 플랑크 상수의 단위는 ‘kg·m2/s’로 인간이 거리와 시간만 알고 있으면 이 플랑크 상수에서 정확한 킬로그램 값을 구할 수 있게 된다. 이 플랑크 상수의 표준을 확인할 수 있는 기기가 바로 키블 저울이다. 현재 플랑크 상수 값은 미국, 캐나다가 키블저울로 구한 평균값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킬로그램의 변화에 따라 몰의 정의도 바뀐다. 앞으로 몰의 정의는 ‘탄소-12의 0.012 킬로그램에 있는 원자의 개수와 같은 수의 구성요소를 포함한 어떤 계의 물질량’에서 탄소 원자의 개념을 배제하고 ‘아보가드로 상수(NA = 6.022 140 76 × 1023 mol-1)’로 대체한다.

아보가드로 상수는 탄소-12의 12그램(g)에 있는 원자 개수를 센 결과 수이며, 1몰을 뜻한다. 실리콘으로 완벽한 원형의 공을 만들어 그 안의 원자 수를 세는 방법으로 구한 값이다. 이에 따라 몰의 정의도 탄소에 따라 값이 변하지 않는 불변의 단위로 고정할 수 있다.

이외 온도의 단위인 켈빈은 물의 삼중점이 동위원소의 비율에 따라 달라져 불안정하다는 문제가 발생해 볼츠만 상수(k)를 활용하기로 했다. 전류 단위 암페어 역시 전자 1개의 전하, 즉 기본전하를 나타내는 상수인 ‘e’를 활용해 단위시간 당 전하의 흐름을 재정의하기로 했다.

박연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리표준본부장은 "㎏의 정의가 바뀌어도 체중계가 가리키는 내 체중 숫자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면서 "이번 기본 단위 재정의로 바이오·전자 소자 등 미세 연구에서 정밀한 측정과학의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김태환 기자(tope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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