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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집값·월세 급등한 건 `에어비앤비` 잘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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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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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240] 공유경제 대표 주자 에어비앤비(airbnb)는 현재 전 세계 8만5000개 도시에서 500만곳이 넘는 숙소를 제공한다. 그러나 에어비앤비가 진출한 세계 주요 도시마다 임대료 급등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있다. 에어비앤비는 호스트가 '직접 거주'하는 공간을 숙소로 공유하는 게 원칙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채 주택을 빌리는 상업적 운영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업적 운영자들은 장기 주택 임대 시장에서 약 5600채 주택의 공급을 사라지게 만들었고, 미국 뉴욕시 평균 연간 임대료는 3년 전에 비해 1.4%(380달러) 상승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에어비앤비가 활성화하면 주택 가격과 임대료가 전부 올라가며 결국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은 피할 수 없게 되는 걸까. 한 연구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를 향해선 '책임 일부분'만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어비앤비' 숙소 리스트가 10% 길어지면 집값과 임대료는 모두 '1% 미만' 상승

카일 배런(Kyle Barron) 전 전미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연구원과 에드워드 쿵(Edward Kung) UCLA 조교수, 데이비드 프로세르피오(Davide Proserpio) 서던캘리포니아대 조교수가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디지털판에 기고한 글을 통해 "미국 전체에서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숙소 리스트가 10% 확대되면 임대료는 0.42% 인상되고 주택 가격은 0.76%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기고자들은 에어비앤비가 부동산 임대 시장에 미치는 핵심적인 효과를 지역 기반 장기 임대에서 방문객 기반 단기 임대로 손쉽게 전환해주는 것으로 보고 분석을 수행했다. 또한 도시나 시골이나 주택 공급은 유한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임대료가 상승한다고 가설을 세웠다. 이들은 연구를 위해 100만개가 넘는 미국 내 에어비앤비 숙소와 68만명의 호스트 정보, 미국 내 부동산 임대 플랫폼 Zillow에서 얻은 주택 가격 및 임대료 변화가 반영된 우편번호 정보, 미국인구조사국에서 수행한 가계소득, 인구, 취업률, 교육 수준 등을 포괄하는 '미국 사회 조사(American Community Survey)' 데이터를 활용했다.

사실 기고자들도 순수하게 에어비앤비가 주택 가격과 임대료에 미친 영향을 정확히 측정하는 건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주택 시장과 임대료가 에어비앤비 이외 수많은 요인과 경제 동향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기고자들은 '구글 트렌드'와 '인기 여행지 우편번호'를 활용해 에어비앤비 공급 변화로만 야기된 주택 가격과 임대료 변화를 측정하려고 시도했다. 조사 기간 중에 에어비앤비는 발표를 통해 자사 플랫폼 사용자의 90%는 관광을 목적으로 한 여행자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특정 우편번호에 대한 구글 트렌드 검색 지표에서 'airbnb' 연관성이 높아지면 해당 지역에서 에어비앤비를 통한 단기 임대 수요가 늘었을 것이라고 상정했다.

◆결론 : '에어비앤비'는 너무나 빨리 성장한 나머지 주택 가격과 임대료에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전제조건하에서 기고자들이 내린 결론은 '에어비앤비 숙소 리스트가 1% 증가하면 임대료는 0.018%, 주택 가격은 0.026% 오른다'였다. 절대적인 수치만 보면 매우 작아 보이지만 에어비앤비가 조사 기간 동안 전년 대비 연평균 성장률이 약 44%였음을 감안하면 나름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들의 연구를 종합하면 2012~2016년 에어비앤비로 인한 공유숙소 증가는 미국 평균 연간 임대료 증가의 약 20%에 기여했고, 미국 주택 가격 연평균 증가율의 약 7분의 1에 달했다. 반면 우편번호를 통해 파악한 인구통계학적 변화와 일반적인 변화 요인이 전체 임대료 및 주택 가격 상승에 약 75%를 기여했다.

◆규제만이 능사?…'에어비앤비' 효과 퍼지는 2가지 경로부터 살펴야

기고자들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는 두 경로를 통해 집값과 임대료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첫째는 일부 집주인(소유주)이 장기 임대에 제공하던 물건을 단기 임대로 전환하며 임대료가 올라가는 경우다. 이때 인상된 임대료는 향후 주택 가격으로 반영된다.

다만 이 경우 집주인이 에어비앤비 숙소에 직접 거주하는지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를 통해 장기 임대를 단기 임대로 전환한 집주인들은 공유 숙소에 '직접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오히려 '직접 거주'하는 집주인들은 자기 자신이 장기 입주민이므로 에어비앤비 때문에 단기 임대로 완전히 전환하지 않았다.

두 번째 경로는 집주인이 추가적인 공간 활용 능력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면서 곧바로 주택 가격을 올리는 효과다.

이들은 에어비앤비로 인해 '직접 거주'하지 않는 상업적 호스트들이 장기 임대 대신 단기 임대로 전환하는 현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정한다. 또한 이 같은 현상으로 인해 지역 주민의 주택 비용이 늘어나는 데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러나 동시에 에어비앤비는 전에는 활용할 수 없었던 수많은 '유휴 공간'을 새로운 숙소로 공급할 수 있는 가능성도 강조했다.

◆정책적 함의: '직접 거주'하는 집주인은 방해 말고, 장기 임대가 단기 임대로 바뀌는 데 제한을 걸어야

결국 정책은 공유숙박의 이점을 유지하되 집값과 임대료 인상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게 기고자들의 주장이다. 직접 거주하며 사는 집의 일부 공간을 공유숙박으로 활용하려는 집주인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다만 임대용 주택 공급이 장기 임대 시장에서 단기 임대 시장으로 재분배되는 것에는 어느 정도 제한을 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주택 전체를 통째로 오랫동안 공유한 집주인에게만 세금을 부과하거나, 면세를 위한 '소유주 실거주 증명'을 요구하는 것도 한 정책 방법이 될 수 있다.

한국 정부도 올해 1월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통해 그간 불법이었던 내국인 대상 도시 지역 숙박공유를 연 180일 한도 안에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전문숙박업으로 변질을 막기 위해 소유주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만 등록을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초 올 3월부터 관광진흥법 등 관련법을 개정해 공유숙박 규제가 완화될 전망이었으나 '동물 국회 사태'로 인해 이른 시일 안에 내국인이 도시 지역에서 에어비앤비를 합법적으로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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