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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북한 조평통, 한-미 연합훈련은 군사합의 위반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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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매체의 비난에 이어 당국 차원으로 격식 높아져

“우리 군대의 대응도 불가피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

김정은 시정연설, 북한 대남라인 정비와 맞물려 주목

지지부진한 남북 협력사업에 대한 불만도 담겨 있는 듯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25일 한-미 연합 공중훈련을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비난하며 향후 남북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 들어 북한 선전매체들이 한-미 연합훈련을 꾸준히 비난하긴 했지만, 이처럼 당국 차원에서 경고를 내놓기는 처음이다.

조평통은 이날 ‘남조선 당국의 배신적 행위는 북남관계를 더욱 위태로운 국면으로 떠밀게 될 것이다’라는 제목의 대변인 담화에서 한-미 연합 공중훈련에 대해 “북과 남이 확약한 군사분야 합의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행위”이라며 “남조선 당국이 미국과 함께 우리를 반대하는 군사적 도발 책동을 노골화하는 이상 그에 상응한 우리 군대의 대응도 불가피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평통 대변인 담화는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전문이 실렸다.

조평통은 군사적 대응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비난의 주체가 당국 차원으로 올라갔으나 “불가피하게 될 수 있다”는 식으로 경고의 수위를 조절한 흔적이 보인다. 조평통은 “우리가 그 어떤 대응조치를 취하든 남조선 당국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을 것이며 만일 그에 대해 시비질할 때는 문제가 더 복잡해지고 사태가 험악한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평통 대변인 담화는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전문이 실렸다.

한-미 공군은 지난 22일부터 한반도 상공에서 연합편대군 종합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해마다 진행했던 대규모 공중훈련 ‘맥스 선더’(Max Thunder)를 대체한 이 훈련에는 한국과 주한미군의 전투기 수십 대가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전력이 전개되지 않고, 전략무기도 참여하지 않는다. 국방부는 “우리 군은 9·19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하지 않았으며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평통은 “남조선 당국이 간판이나 바꾸어 달고 ‘규모 축소’ 흉내를 피우며 아무리 오그랑수(술수)를 부려도 은폐된 적대행위의 침략적이며 공격적인 성격과 대결적 정체를 절대로 가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평통은 “우리는 앞에서는 ‘평화’와 ‘대화’를 운운하고 뒤에서는 여전히 동족을 반대하는 불장난질을 하는 남조선 당국의 추태를 예리한 눈초리로 주시하고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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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평통의 담화는 한-미 연합훈련을 은폐된 적대행위라고 규정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난 12일 시정연설과 통한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 함께 허울만 바꿔 쓰고 이미 중단하게 된 합동군사연습까지 다시 강행하면서 은폐된 적대행위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남조선 군부 호전세력의 무분별한 책동“을 그대로 두고선 “북남관계에서의 진전이나 평화번영의 그 어떤 결실도 기대할수 없다는 것을 때늦기 전에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미국에서는 우리의 대륙간탄도로케트 요격을 가상한 시험이 진행되고 미국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군사연습들이 재개되는 등 6·12 조-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역행하는 적대적 움직임들이 노골화되고 있다”며 “나는 이러한 흐름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람이 불면 파도가 일기 마련이듯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이 노골화될수록 그에 화답하는 우리의 행동도 따라서게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불쾌감이 계속 쌓이면 행동으로 표현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조평통이 남쪽을 비난하고 나선 데는 지지부진한 남북 협력사업에 대한 불만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조평통은 통일부의 카운터파트로서 남북협력을 논의하는 북쪽 당국의 창구 역할을 맡아왔다.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은 남북고위급회담의 북쪽 단장이기도 하다. 조평통 담화가 최근 북한의 대남라인 정비와 맞물린 점도 주목된다. 북한은 최근 노동당의 대남 전략을 맡는 통일전선부장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에서 장금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으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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