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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국회의장도 당원이 뽑자"…野 이젠 '개딸 직접 민주주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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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에서 “당원 직접 민주주의를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추미애 당선인이 탈락한 후폭풍이 엉뚱하게 ‘개딸 직접 민주주의’ 논의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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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진행된 당 공식 유튜브 채널(델리 민주) '당원과의 만남'에서 당원의 메시지를 읽다 입을 가렸다. 사진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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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 권리 확대’의 포문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직접 열었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대전 유성구에서 열린 당원 행사에서 “당원도 두 배 늘리고 당원의 권한도 두 배로 늘리고 당원 중심 정당을 통해서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1당이 지배하는 중국 공산당, 북한 이런 데 빼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원들이 이렇게 숫자도 많고 일정한 역할을 해내는 이런 당은 전 세계 유례가 없다”며 “우리 당이 당원 중심 대중정당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최근 실질적으로 당원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2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선 8월로 예정된 시ㆍ도당위원장 선거에서 권리당원 투표 비중을 높이는 안건이 논의됐다. 이날 비공개회의에선 장경태 최고위원이 “국회의장 후보 선거, 원내대표 선거 때도 당원 투표를 반영하자”는 취지의 제안도 했다고 한다. 장 최고위원은 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결국 모든 의정활동이 국민과 당원을 위한 활동 아니겠나”라며 “그분들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통로를 보장하는 게 보다 더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민주연구원을 중심으로 당원 권한을 확대할 수 있는 제도가 뭐가 있을지 살펴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당내에선 “22대 총선을 거치면서 당원들의 목소리가 확실히 커졌고, 이에 의원들이 응답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 당원 투표를 통해 이른바 ‘비명 학살’이 현실화하면서,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이 정치적 효능감을 크게 느끼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이미 당원 숫자는 지난 대선 이후 ‘개딸’의 잡단 입당으로 250만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22대 총선은 정치적 주체가 정당에서 당원 개인으로 넘어간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친명계도 사안 별로 당원 눈치를 적극적으로 살피고 있다. 앞서 국회의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가 추미애 당선인과 단일화를 했던 조정식 의원은 21일 이 대표의 적극 지지층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재명이네마을’에 “탈당만은 말아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추 당선인이 의장 경선에서 탈락한 후 당원 1만여명이 탈당계를 내는 등 ‘탈당 러시’가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 조 의원은 “속상한 마음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대동단결할 때”라고 호소했다.

김용민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에 “당선인들은 이번 의장 선거에서 당원 및 지지자들과 소통했어야 한다. 만약 당원들의 생각과 다른 선택을 하려고 한다면 당원들과 토론을 통해 입장을 정했어야 하고, 그 결정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는 이유로 당원들로부터 ‘문자 폭탄’을 받자 페이스북에 “다른 목소리를 내더라도 분열은 멀리하자. 초심 그대로 늘 소통하며 성과를 내겠다”고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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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 공천 과정 중이던 3월 15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전해철 민주당 의원 지역 사무실 앞 '77.7% 당원의 뜻 거스르지 말라!'는 문구가 적힌 LED 트럭 주변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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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당원 직접 민주주의 확대는 오히려 정당의 극단화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지난해 5월 발간한 연구보고서 ‘만들어진 당원: 우리는 어떻게 1천만 당원을 가진 나라가 되었나’에서 각 정당의 온라인 입당 폭증에 대해 “새로운 당원 당 대표와 대선 후보를 보고 중앙당을 통해 입당한 ‘팬덤 당원’”이라고 분석했다. 미래연구원은 “신규 팬덤 당원들은 당의 대의체계를 없애고 당 대표와 당원의 직접 소통, 직접 결정을 원하고 당이 하향식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길 바란다”며 “의견이 다르면 당직자나 의원, 동료 당원 누구라도 관용하지 못한다. 이들로 인해 정치 양극화는 빠르게 심화된다”고 지적했다.

21일 김진표 국회의장도 국회에서 초선 당선인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민주당의 상황을 ‘대의민주주의 위기’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김 의장은 “지금은 정치인들이 당의 명령에 절대복종하지 않으면 큰 패륜아가 된 것처럼(비난받는다)”이라며 “보수가 진보가 대립하는 가운데 진영정치와 팬덤 정치가 생겼고, 이에 따라 나쁜 폐해도 생겨났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정당이 다양성과 유연성을 가지려면 당원 중심보다 지지자 중심 정당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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