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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이정우 “민주노총, 버스타기 거부하면 빼놓고 출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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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경제 힘든데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소득주도성장 제대로 못해 표류”

중앙일보

이정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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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의 대폭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은 방향이 잘못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 (중략) 민주노총 없는 사회적 대화와 대타협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경북대 명예교수)의 주장이다. 24일 가천대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가천대 ‘한국불평등연구랩과 불평등과사회정책연구소’ 개소 기념 세미나에서 발표할 기조 발표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이사장은 ‘한국의 불평등, 어떻게 할까?’는 제목의 발표문에서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방향을 놓고 공방전이 치열한데, 특히 논쟁의 초점은 소득주도성장”이라며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정책이 소득주도성장의 간판 정책인 것처럼 간주돼 왔으나 그것은 방향이 잘못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저임금의 적당한 인상은 소득주도성장의 주요 수단이 될 수 있으나 과도한 인상은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크다”면서 “특히 한국처럼 수출주도형 경제에서 임금은 생산비와 국제경쟁력에 중요한 변수가 되므로 과도한 임금 인상은 독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래서 네덜란드나 스웨덴 같이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에서는 노조에서도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있다”며 “임금 인상은 내수중심형 경제에서는 좋은 소득주도성장 수단이 될 수 있으나 수출주도형 경제에서는 그렇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지, 소득주도성장이 잘못된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이사장은 “소득주도성장이 효과가 없다는 보수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틀렸고, 소득주도성장은 불평등이 큰 나라일수록 강력한 효과가 있다”며 “지난 2년 동안 경제가 회복되지 못하고 저성장, 고용 악화를 보여주는 것은 소득주도성장의 실패가 아니고, 소득주도성장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소득주도성장이 효과를 내기 위한 방법으로 ▶보유세 강화로 불로소득을 환수하여 부동산투기를 종식시키는 일 ▶대기업의 수탈·갑질을 막아 빈사 상태의 중소기업을 살리는 일 ▶복지증세를 단행하여 소득재분배를 도모하고, 사회안전망을 갖추는 일 등을 꼽았다. “불평등이 심한 현재의 한국 상황에서는 혁신성장과 더불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또 하나의 엔진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이사장은 발표문에서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한국경제의 현안 과제인 비정규직, 재벌개혁, 복지증세 등은 하나 하나 따로 풀려면 거의 해결이 불가능할 정도로 사회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다”며 “이런 여러 가지 문제를 동시에 사회적 대화의 협상 테이블에 올려 몇 달 동안 충분한 숙의를 거친 뒤 일괄타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노총이 버스 타기(사회적 대화)를 거부한다면 제외하고, 버스는 출발할 수밖에 없다”며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민주노총을 에둘러 비판했다. “워낙 경제가 어렵고, 시간은 없으므로 마냥 기다릴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한 그는 “민주노총 없는 사회적 대화와 대타협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오는 27일 가천대 가천관에서 개최하는 세미나에서 이런 내용을 강연할 예정이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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