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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단독] SK하이닉스 15년만에 `옛 식구` 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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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SK하이닉스가 2004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각된 종합 반도체 업체 '매그나칩 반도체'의 주력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사업부 인수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와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중국 국영 투자 업체 지안광애셋매니지먼트 등이 SK하이닉스와 결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매그나칩이 중국 업체에 인수될 경우 장비·특허·기술·인력 유출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매물로 나온 매그나칩의 파운드리 사업부와 청주 팹(공장)에 대해 인수전 참여를 두고 검토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매그나칩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고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매그나칩은 반도체의 설계와 파운드리 등을 모두 하고 있는 종합 반도체 업체(IDM)로 과거 하이닉스(SK하이닉스의 전신)의 일부였으나 2004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각됐다. 브리게이드캐피털매니지먼트를 비롯한 외국계 기관투자가가 79.41%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청주·구미에 팹과 연구시설 등을 두고 국내에서 25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파운드리가 전체 사업의 45% 안팎에 달하는 주력이고, 디스플레이·전력구동칩 등을 설계·생산하는 비즈니스도 하고 있다. 뉴욕 증시에 상장돼 있고 지난 18일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2억8500만달러(약 3253억원)다. 매그나칩 관계자는 "이번 매각 대상은 청주의 파운드리 팹·사업부"라고 설명했다.

매그나칩은 2000년대 중반 경영위기를 겪으며 주인이 바뀌기도 했지만 2017년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고 각종 센서를 비롯해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매그나칩의 매출은 2017년 6억7970만달러에서 작년 7억5090만달러로 10.5% 증가했다.

매각 주간사인 JP모간은 인수 후보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 후보로는 SK하이닉스와 함께 중국 지안광애셋매니지먼트, 중국 파운드리 회사 SMIC 등이 거론되고 있다. 주가와 사업 비중 등을 감안할 때 인수가는 2000억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메모리(D램·낸드플래시) 의존도를 낮추고 비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등)를 성장동력으로 키우려는 SK하이닉스에 매그나칩의 파운드리를 되사는 게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공장 위치와 생산 공정·장비의 특성, 영업력과 고객, 특허·기술 등을 볼 때 SK하이닉스에 매력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매그나칩의 파운드리 팹은 SK하이닉스 파운드리 자회사인 SK하이닉스IC 청주공장 용지 안에 위치한다. 중국 수요처가 많은 점을 감안해 SK하이닉스IC의 중국 이전을 진행하고 있는데, 매그나칩의 파운드리를 인수할 경우 국내 시장 공백을 메울 수 있다. 매그나칩은 오랜 시간 반도체 사업을 해와 많은 특허와 노하우 등을 보유하고 있는데, SK하이닉스가 이를 활용하면 사업 영역과 제품을 확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매그나칩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지름 200㎜(8인치) 웨이퍼를 활용해 생산하는 장비를 갖추고 있다.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 2위 삼성전자 등은 미세공정을 상당 부분 진전시켜 이에 알맞은 300㎜(12인치) 장비를 활용하고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사물인터넷 등의 영향으로 8인치 라인에서 생산되는 제품 수요가 늘고 있다"며 "200㎜ 라인이 장비가 부족해 파운드리 업체가 공장을 늘리기 어려운 실정이어서 매그나칩의 파운드리가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비·특허 등의 장점은 중국 업체들이 매그나칩을 노리는 이유도 될 수 있다.

안기현 반도체협회 상무는 "매그나칩의 파운드리가 중국 업체에 매각될 경우 장비나 특허, 인력 유출 등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인수 후에 일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200㎜ 장비를 뜯어 중국으로 가져가거나 매각해 수익을 내려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중국이 비메모리 시장에서 상당한 기술 수준을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회사를 인수할 경우 기술, 특허, 인력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규식 기자 / 용환진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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