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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노예제 배상, 대선 앞두고 미국 정치 쟁점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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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 주자들 필요성 주장…관련 법 발의 예정

1경6천조원 추산 등 천문학적 배상금액엔 부담 느껴

흑인 저소득층 교육·보건 등 지원 정책 대안 거론

조지타운대 학생들은 등록금 더 내 노예 후손들 지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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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노예제 배상이 정치·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폴리티코>는 어느 때보다 인종적·성적 다양성이 큰 민주당 대선 후보들을 중심으로 노예제 피해자 후손들에 대한 지원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흑인 여성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아메리카 원주민 혈통을 이어받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흑인 남성인 코리 부커 상원의원 등은 노예제에 대한 배상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민주당에서 노예제 배상 문제가 공식적 의제로 부상한 것은 수십년 만으로,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도 이 문제에는 부정적이었다.

민주당 쪽은 흑인 여성인 실라 잭슨 리 하원의원이 연초에 발의한 ‘배상 제안 검토위원회법’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 법안은 노예제 및 인종차별 피해를 조사하고 사과와 배상을 검토하는 조사기구 창설을 내용으로 한다. 현재 공동발의 의원이 50명에 이른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지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배상 문제를 본격적으로 꺼내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무엇보다 곧이곧대로 하면 배상액이 천문학적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토머스 크레이머 코네티컷대 교수가 2015년 추산한 배상금은 미국의 건국 연도인 1776년부터 노예제가 폐지된 1865년까지 따져 5조9천억~14조2천억달러(약 1경6215조원)다. 14조달러라면 지난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다. 국내총생산의 두 배를 물어줘야 한다는 추산까지 있다.

흑인 노예들뿐 아니라 아메리카 원주민 후손들에게도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따라서 전체적인 직접 배상보다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보건·교육·식품 지원 등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이 제기되고 있다. 해리스 의원은 “우리는 모든 사람이 같은 출발점에서 출발하지 못하고 성공을 위해 같은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기회 균등에 초점을 맞추자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조지타운대 학생들이 등록금을 올려 민간 차원의 배상에 나서기로 해 화제가 되고 있다. 학생들은 1838년 조지타운대를 운영하던 예수회가 노예 272명을 팔아넘긴 과거를 반성한다며, 후손 4천여명을 위해 학기당 등록금 27.2달러(약 3만원)를 더 내기로 투표를 통해 결정했다. 당시 예수회 신부들은 메릴랜드주 농장이 수익성이 떨어지자 노예들을 팔아 지금 가치로 330만달러를 확보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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