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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건물株보다 건물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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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증권업계의 최대 화제는 미래에셋대우가 지난달 프랑스 파리 랜드마크인 '마중가 타워'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파리 서부 상업지구인 라데팡스의 높이 194m짜리 마중가 타워는 프랑스에서 넷째로 높다. 현재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딜로이트 본사와 악사그룹의 자산운용사인 악사인베스트매니저의 본사가 장기 임차하고 있다. 총매입가만 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미래에셋대우는 "마중가 타워 인수로 7% 중후반대의 안정적인 임대 수익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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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대우가 인수를 추진 중인 프랑스 파리의 랜드마크 '마중가 타워'(왼쪽)와 NH투자증권이 올해 1조원을 들여 인수한 서울스퀘어 빌딩 전경. 경쟁 격화와 주식시장 침체 등의 여파로 증권업계 수익성이 떨어지자, 증권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부동산 관련 투자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더스카이스크래퍼센터·NH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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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 관련 투자에 뛰어드는 증권사들이 급증하고 있다. 업체 간 경쟁으로 전통적 수익원인 위탁매매·중개에 따른 수수료 수입이 낮아지자, 새로운 먹거리를 부동산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한 증권사 CEO는 "국내 증권사들의 투자은행(IB) 사업 부문이 부동산 사업 위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수익 위해 '리스크 떠안고 직접 대출'

2000년대까지만 해도 증권사들의 부동산 사업은 PF 대출을 '주선'하는 정도였다. 'PF(Project Financing) 대출'이란 부동산 사업자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사업성(수익성)을 평가해 돈을 빌려주는 금융 기법이다. 증권사들은 개발 자금이 필요한 시행사로부터 대출액의 0.5~1%를 수수료로 받고 대출 기관들을 연결해주기만 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서부턴 시행사가 돈을 빌릴 때 증권사가 채무 보증을 하는 대신 3~4%대의 수수료를 받는 것이 보편화됐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며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자, 건설사들이 채무 보증을 꺼리게 됐고 증권사들이 틈새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최근에는 증권사들이 시행사들에 직접 PF 대출을 해주고 있다. 직접 대출은 6~8%의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시행사가 망하면 원금까지 떼일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사업의 옥석을 가리기 위해 건설사로부터 부동산 전문가를 영입하는 증권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해외 부동산 투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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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PF 대출에 가장 적극적인 증권사로는 메리츠종금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이 꼽힌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12월 보성그룹이 전남 해남에서 추진 중인 부동산 개발 사업인 '솔라시도(Solaseado)'에 900억원을 대출해주는 한편, 다른 메리츠 계열사 돈 1300억원도 끌어다 줬다. 올해 초에는 경기 평택 지제·세교 구역 재개발 사업에 775억원, 대구 죽전역 골든뷰 멀티플렉스타워 개발에 150억원을 대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서울 강동구 성내 3구역 재개발 사업, 대림역 88월드타워 상가 개발 사업, 경기 안양시 지식산업센터 신축 사업 등에 수백억~수천억원을 대출했다.

단순 대출에 그치지 않고 국내외 부동산을 직접 사들여 임대료를 받거나 재매각(셀 다운)하기도 한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강남N타워(4860억원)·삼성물산 서초사옥(7500억원)에 이어 올해 서울스퀘어 빌딩(1조원)·잠실 삼성SDS타워(6000억원) 등 국내 대형 오피스 빌딩을 잇따라 매입했다. 미래에셋대우는 해외 부동산 투자에 가장 적극적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10월 독일 쾰른에 있는 독일 연방정부 건물 지분을 1500억원에 매입한 데 이어 12월에는 미국 애틀랜타 인근에 있는 아마존 물류센터의 지분 매입에 880억원을 투자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의 수익 구조에서 부동산 부문 비중이 커지고 있다. 심형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의 부동산 부문 실적이 2017년 986억원에서 2018년 1372억원으로 40% 성장했다"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도 독일 잘란도 토지 매각 수익 340억원 등 부동산 부문 호조로 지난해 4분기 IB 부문 수익이 1000억원을 넘어섰다.

◇부동산 경기 꺾이면 어쩌나 우려도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4조7000억원으로, 연말에는 5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부동산 경기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2014년 PF 대출액(2조9000억원)보다 약 70% 정도 증가했다. 증권사들의 PF 대출 잔액 역시 2009년 말 2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19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최근 국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증권사의 과도한 부동산 영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 당국은 2010년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PF 대출 부실로 무더기 영업 정지를 당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증권사들의 PF 대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최근 부동산 PF 대출 규모가 큰 상위 15개 증권사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미분양 사태가 발생해 시행사가 원금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가 이를 대신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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