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서핑 차이나] 996 근무제 논쟁
9시 출근 9시 퇴근 주 6일제 노동에 반기
마윈 “분투에 경의” 관영 매체 “996 퇴장”
노조 설립 노학 연대에 55명 체포 탄압도
‘중간소득 함정’에 ‘시진핑 사상’ 시험대
주말인 20일 자정 무렵 중국 베이징 중관춘의 인터넷 기업 바이두 본사에 불이 켜져있다. 기자가 찾아간 자정 너머 십여 명의 직원들이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고 있었고, 회사 앞에는 줄지어 기다린 택시들이 이들을 태웠다. [사진=신경진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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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밀레니얼 세대가 노동 반란을 시작했다. ‘피땀(血汗)문화’로 불리는 996 근무제(아침 9시 출근 저녁 9시 퇴근, 주 6일 72시간 근무)를 옹호한 마윈 알리바바 이사회 주석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체제 비판까지 등장했다.
웨이보에 ‘#996 근무제’란 해시태그는 21일 현재 클릭 4억3000만 건, 댓글 11만 건에 육박했다. 팔로워 2480만 명의 마윈이 “996을 할 수 있다는 건 큰 행복(12일)”, “야근 수당을 위해 996 근무하는 사람은 오래 버티기 어렵다(14일)”고 말했다가 공공의 적이 됐다.
마윈 알리바바 이사회 주석의 SNS 웨이보 계정에 올라온 알리페이 사무실의 야경. 직원들이 야근에 여념 없는 듯 빌딩 사무실 불빛이 훤하다.[사진=마윈 웨이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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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말 세계 최대의 코드 공유 플랫폼인 깃허브(GitHub)에 올라온 ‘996.ICU(인터넷 주소 https://996.icu)’ 프로젝트 화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 주 6일 근무제는 결국 병을 얻어 ICU(Intensive care unit·중환자실)에 실려 간다며 야근 철폐를 주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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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젊은 네티즌은 폭발했다. “(논쟁의) 본질은 시간이 아니라 임금”이라며 “영세 업체 사장에게 996을 강제하도록 만든 책임감 없는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2017년 마윈의 “일에 파묻혔던 과거를 후회한다.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 없었다”는 발언을 찾아내 건망증을 조롱했다.
2017년 마윈 회장의 방송 인터뷰. ’일만 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너무 적게 보낸 것을 후회한다“는 자막이 보인다. [웨이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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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놀란 관영 매체가 총출동했다. 논쟁 3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이날 오후 공식 웨이보에 “분투 숭상과 996 근무 강제는 다르다”며 반박했다. “996 근무를 반대하는 직원에게 ‘날라리’ ‘분투하지 않는 자’라며 도덕적인 꼬리표를 붙이지 말라”며 “996은 경영자의 오만일 뿐 현실적이지도 공평하지도 않다”고 썼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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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시진 환구시보 총편(편집인) [웨이보 캡처] |
주말인 20일 자정 무렵 중국 베이징 중관춘의 인터넷 기업 바이두 본사 앞에 무인자동차 아폴로가 서있다. 주 72시간 근무제에 반발이 높아지는 가운데 십여 명의 직원들이 주말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고 있었다. [사진=신경진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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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자스커지의 비인간적인 처우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알려지자 베이징대·난징대·인민대 등의 대학생 마르크스주의 동아리가 ‘노동자 투쟁 지원단’을 결성해 연대활동에 나섰다. 당국은 곧 노동자·학생들을 체포했다. ‘자스 서포터’ 페이스북에 따르면 지난 2월까지 체포·실종자만 55명이다. 자스커지 사태에 네티즌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성어 지록위마(指鹿爲馬)에 빗대 마르크스의 중국식 표기인 마커쓰(‘馬’克思)의 말을 사슴으로 바꿔 “중국 마르크스주의는 루커쓰주의(‘鹿’克思主義)”라며 자조했다.
주말인 20일 자정 무렵 중국 베이징 중관춘의 인터넷 기업 바이두 본사. 주 72시간 근무제에 반발이 높아지는 가운데 직원들이 주말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고 있다. [사진=신경진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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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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