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4 (토)

英 ‘포르노 성인인증’제 세계 첫 도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성년자 접속 차단 강경책 / 정보 관리 등 실효성 논란

세계일보

영국이 세계 최초로 온라인 포르노사이트에 성인인증제를 도입한다. 일명 ‘포르노 금지’(Porn Block·Porn Ban)법으로 불리는 이 제도는 미성년자의 성인사이트 접속을 막기 위한 강경책이다. 정부가 강제하는 제도인만큼 개인정보 관리 문제와 해킹 시 후폭풍, 근본 대책이 될 수 있는지 여부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성인사이트 자체를 차단해버리는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17일(현지시간) 포브스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은 오는 7월 15일부터 온라인 포르노 콘텐츠 제공업체가 반드시 이용자 연령이 18세 이상인지 확인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포르노사이트 최초 이용 시 별도의 페이지로 연결돼 여권이나 운전면허증 등 공식적인 신분증을 사용해 나이를 인증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엔 결제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영국 이용자들로부터 차단될 수 있다. 정부는 개인정보 우려를 고려해 연령 확인 과정에서 신원을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인콘텐츠를 무료 제공하면서 광고 수익을 올리는 업체들도 연령 확인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통제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데일리메일은 이날 “영국 정부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성인인증제는 ‘마법의 해결책’(silver bullet)도 아니고, 10대들의 성인물 접근을 막지도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영화분류위원회(BBFC)는 이들이 어떻게든 사이트 접속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인인증제 도입으로 사기와 협박건이 늘어나고, 개인정보 유출사고 등의 후폭풍이 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오픈라이츠그룹의 짐 킬락 이사는 포브스를 통해 “이런 부작용의 책임은 제도를 도입한 정부가 고스란히 져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사람들이 프라이버시 문제로 일자리를 잃거나 자살 등에 내몰리기 전에 관련법을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데일리메일은 “아이들이 더이상 우연히 포르노를 접하게 되는 일은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포브스에 따르면 포르노그래피는 이미 인터넷과 동의어 수준으로 만연해 있다. 포브스는 “포르노는 전체 인터넷 데이터의 15∼30%를 차지하며, 포르노사이트 이용자는 넷플릭스와 아마존, 트위터 이용자를 합한 것보다 많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 소식을 들은 국내 누리꾼들은 “성인사이트 자체의 접속을 막아버리는 한국보다는 영국이 나은 상황 아니냐”며 조금 결이 다른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성인이 성인임을 인증하면 포르노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영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성인에게도 접속이 차단되고 있어서다.

한국 정부는 아동 포르노·불법촬영 영상 등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 같은 콘텐츠가 유통되는 불법 유해사이트 800여곳에 대해 지난 2월 중순쯤부터 접속을 일제 차단하고 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