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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남성, 백화점 덜 가도 긁을땐 여성의 4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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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분더샵에서 한 남성이 옷을 고르고 있다. [사진 제공 = 신세계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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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라이프를 즐기는 20대 직장인 유현식 씨는 지난해 신세계 명품 편집숍 분더샵에서만 300만원가량을 썼다. 동년배에게 최신 인기템으로 통하는 발렌시아가 니트(120만원), 발렌시아가 스니커즈(120만원), 오프화이트 티셔츠(90만원) 등 유행하는 로고 패턴 상품을 구입했다. 회사에서 입을 슈트로 컨템퍼러리 브랜드 띠어리에서 150만원, 화장품 브랜드 랩시리즈 선크림과 올인원 로션을 사는 데도 30만원을 썼다.

해외 유학파인 30대 홍성진 씨도 명품 선택에 과감하다. 지난해 가벼운 소지품을 넣을 수 있는 100만원짜리 생로랑 클러치와 80만원짜리 영국 수제화 브랜드 크로킷&존스 구두를 샀다. 007시계로 잘 알려진 오메가 시계를 사는 데만 500만원가량 지출했고, SKⅡ 에센스, 비오템 수분크림, 아이크림 등 150만원가량을 화장품에 썼다.

백화점을 이용하는 남성들 씀씀이가 여성들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백화점 제휴카드의 연간 평균 사용액이 300만원에 그친 반면, 남성 전용 카드 연간 평균 사용액은 그 갑절이 훌쩍 넘는 700만원에 달했다. 남성 전용 카드 고객들은 여성보다 백화점에 자주 오지는 않지만 한번 오면 여성보다 4배 더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해 3월 업계 최초로 선보인 남성 전용 카드 '신세계 멘즈라이프 삼성카드'가 나온 지 1년이 지나 연간 실적(백화점 내 매출로 한정)을 비교 분석해 본 결과다.

우선 남성 전용 카드 가입자는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젊었다. 일반 제휴카드는 2030 발급 건수가 전체의 33%에 그친 데 반해, 남성 전용 카드는 48%로 절반에 육박했다. 기존 백화점 주요 고객군이 오랫동안 단골인 경제력 있는 여성층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특히 20대 남성은 일반 제휴카드 연간 사용액의 3배를 뛰어넘으며 연령대 중 가장 큰 격차를 보였다.

남성 전용 카드 고객들은 일반 제휴카드 고객들에 비해 백화점에 자주 오지 않았지만 한번 오면 씀씀이가 훨씬 컸다. 여성이 대부분인 일반 제휴카드 고객은 연간 백화점을 12회 방문해 1회 평균 25만원가량 사용한 반면, 남성들은 평균 7회 정도 백화점에 들러 100만원가량 쇼핑에 지출했다. 한번 방문하면 남성이 여성보다 4배 더 많이 쓰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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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남성들의 전용 카드에 대한 높은 발급률과 큰 씀씀이는 사회적 영향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결혼 시점이 늦어지면서 사회 초년생 남성들 지출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는 결혼 준비를 이유로 소비를 줄였던 젊은 남성들이 자신을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는 직접 보고 만져보는 체험 소비를 중시하는 Z세대와 가심비를 추구해 고가 상품에도 지갑을 여는 밀레니얼 세대 특징이기도 하다.

남성들의 소비 품목도 연령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20·30대 젊은 남성은 명품을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자신의 만족을 위한 소비에 기꺼이 지불하는 특성이 있었다. 그러나 40대 이후로는 화장품 소비가 명품을 앞지르며 피부 관리에 더 많은 지출을 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여성의 경우 모든 연령대에서 화장품이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대와 40대는 자기 관리를 위한 스포츠 의류가 2위, 30대는 출산으로 인한 신생아 관련 장르가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신세계백화점의 남성 고객 비중은 2010년 전체 매출의 30%가 안됐지만 2011년 처음 30%를 돌파했고, 지난해 34%까지 증가했다. 남성 VIP 고객들을 모으기 위해 강남점에 국내 최대 규모 남성 전용관을 리뉴얼한 데 이어 남성 전용 카드까지 선보인 배경이다.

이 전용 카드는 핀란드산 자작나무 소재로 만들어 외관부터 차별화했다. 기본으로 백화점과 문화센터 7% 할인 혜택에 주유, 편의점, 택시, 골프, 커피 등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업종 할인 혜택을 담았다. 기본 연회비는 7000원이지만, 제휴 연회비가 4만2000원에 달한다.

이성환 신세계백화점 영업전략담당은 "여성 못지않은 패션 감각과 자기 주도적인 소비를 하는 남성들 매출이 꾸준히 늘면서 남성들이 백화점 큰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앞으로 백화점 성장에 큰 축이 될 이들을 선점하기 위해 이들의 소비 행태에 맞춰 제휴카드 혜택을 조율하고 선호 브랜드 유치 등 다양한 전략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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