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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리비아 내전 위기에 뒤에서 계산기 두들기는 서방 국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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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석유 이권 두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마찰

러시아, 미국도 기회 노려

리비아 사태 키울 잠재적 불안요인으로 떠올라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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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동부 거대 군벌인 리비아국민군(LNA)의 최고사령관인 칼리파 하푸타르의 수도 트리폴리 진격으로 시작된 통합정부군(GNI)간의 충돌이 리비아를 둘러싼 각국의 이해관계까지 얽히며 사태가 더욱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 거대 군벌 수장의 수도 장악 욕심과 함께 리비아를 둘러싼 각국의 엇갈린 셈법이 더해지며 내전 위기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국제사회의 눈을 의식해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는 서방국가들이 물밑에서는 정치적·경제적 이유로 리비아 사태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리비아 사태가 자칫 서방세계의 대리전이 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싸움을 멈추라는 국제연합(UN)과 국제사회의 호소에도 LNA와 GNI측은 트리폴리 인근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리폴리로부터 불과 11㎞정도 밖에 되지 않는 거리에 LNA의 무장 차량들이 집결하는 등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비아 상황이 급격하게 변하자 미국과 인도가 리비아 주둔 병력 일부를 일시적으로 철수시켰고, 다국적 석유 기업 직원들도 리비아를 속히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정부도 트리폴리에 있는 주리비아대사관의 공관원들을 튀니지 튀니스로 임시 철수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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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사태가 내전 위기 까지 번지며 격화되는 가운데 외신들은 리비아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이번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정치적·경제적으로 각자 이해관계가 다른 서방국가들의 잇속 챙기기에 리비아 상황은 더욱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특히 최근에는 리비아와 역사적으로 관계가 깊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간 이권을 두고 다툼을 벌이고 있는 점도 사태를 키울 잠재적인 불안요소로 꼽힌다.

로이터는 “프랑스는 리비아 내 군사충돌과 관련해 다른 유럽연합(EU) 지도자들과 견해차를 드러냈다”며 “EU는 리비아 내부의 군사충돌을 촉발한 현지 동부 군벌 실세 칼리파 하프타르 를 겨냥해 공격 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려 했으나 프랑스가 이를 막았다”고 보도했다.

리비아 동부에 유전 등 자산을 보유한 프랑스는 그동안 하프타르가 이끄는 군벌에 군사적 지원을 해왔다. 또 프랑스는 리비아가 지리적으로 난민들에게 유럽으로 향하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어 난민을 막기 위해 하푸타르 등 군벌 들에게 상당한 무기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벵가지 인근에서 추락한 헬기에서 프랑스 특수부대원 3명이 사망하면서 프랑스가 비밀리에 리비아에서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 과거 리비아를 지배했던 이탈리아도 리비아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리비아 통합정부를 지지하는 이탈리아는 지난 9일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유엔의 지지를 받는 리비아 통합정부의 파예즈 알-사라즈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앞서 콘테 총리는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섬에서 리비아 안정을 모색하기 위한 국제회의를 개최, 알-사라즈 총리와 하프타르 최고사령관의 만남을 주선한 바 있다.

이탈리아 역시 프랑스와 같이 리비아에 매장돼 있는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 개발에 이해관계가 걸려 있을 뿐 아니라, 리비아가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넘어오는 난민들의 주요 출발지이자 테러리스트들의 온상이라는 점에서 리비아 상황의 악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탈리아 국방부는 리비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리폴리와 미스라타에 주둔 중인 이탈리아 병력의 활동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이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앞서 미국과 인도는 리비아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자국 군대를 즉각 철수 시켰다.

이탈리아 군은 지난해 1월부터 현지에 병력을 파견, 리비아 보안군의 훈련과 치안 유지 등을 지원하고, 기술, 의료, 인프라 분야 등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배치된 병력은 트리폴리에 100명,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약 200㎞ 떨어진 미스라타에 약 2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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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역시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하프타르 사령관을 규탄하는 영국 주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성명 채택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 리비아 사태에 대한 정치적 셈법에 분주한 모습이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통합정부를 지지하고 있지만 한쪽으로는 LNA의 중심도시인 벵가지에 중앙정보국(CIA)의 기지를 설립하도록 도움을 준 하푸타르와도 연결고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사설을 통해 “미국이 하푸타르의 끈을 잡고 있는 것은 리비아가 북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이기 때문”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리비아의 석유 생산량이 미국 내 물가를 낮추는 데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하푸타르 사령관이 리비아의 중요 석유시설을 확보한 뒤 생산량을 늘린 것은 물론 테러와의 전쟁에서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며 미국에 호의적인 지지를 얻기도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리비아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서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NYT는 “아랍국가와 유럽 국가 등 리비아 주변국들이 각국의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리비아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며 “리비아 사태 확대를 피하려면 미국은 하푸타르에 대한 공개 비판은 물론 유엔과 함께 제재를 가하는 등 분명한 외교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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