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4 (토)

진보색채 짙어진 헌재 ‘예고된 낙태죄 변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文정부 들어 재판관 대거 교체 / 법무부도 ‘낙태 허용’으로 선회

세계일보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등 헌법재판관들이 11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착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진, 이선애, 서기석 헌법재판관, 유남석 헌재소장, 조용호, 이석태, 이종석, 김기영 헌법재판관. 연합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제한되는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2012년 8월23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합헌 결정)

“자기낙태죄 조항은 필요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법익 균형성의 원칙도 위반한 것. 임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2019년 4월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조용호 재판관)가 11일 낙태죄에 대한 위헌 여부 판단을 약 7년 만에 뒤집은 데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진보성향 재판관들이 대거 헌재에 입성한 것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선고가 나오기 전부터 이미 법조계에서 ‘헌재가 낙태죄에 대한 입장을 선회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세계일보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유남석 헌재소장은 진보성향 법관들로 구성된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유 소장은 1988년 이 연구회 창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회 출신으로 헌재에 들어간 경우는 유 소장이 처음이다.

특히 ‘단순위헌’ 의견을 낸 이석태 재판관과 김기영 재판관은 각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헌재 내 대표적 진보인사로 분류된다. 이들과 나란히 ‘단순위헌’ 의견을 낸 이은애 재판관 역시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대표적 진보성향으로 꼽힌다.

세계일보

낙태죄폐지공동행동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자 환호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낙태죄를 유지해야 한다던 법무부가 태도를 전환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원래 법무부는 비록 태어나기 전이어도 태아 역시 국가가 생명권을 보장해야 할 ‘국민’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최근 임신부의 자기결정권 보호가 필요하다면 모자보건법을 개정해 낙태 허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소수 의견을 낸 조용호 재판관과 이종석 재판관은 이날 결정문에서 “지금 우리가 자기낙태죄 조항에 대해 위헌·합헌의 논의를 할 수 있는 것도 우리 모두 모체로부터 낙태당하지 않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태아였다”며 낙태죄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