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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조양호 별세]경영권 위기, 글로벌네트워크 공백…'조원태 체제' 전환 속도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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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비상경영체제 돌입

3세중 유일하게 지주회사 사내이사

다른 계열사 직 놓고 대한항공 집중

작년 매출 12조원 돌파 최대 성과도

이데일리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이 1월2일 오전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창립 50주년을 넘어 새로운 100년을 향해 나가자”며 직원들에게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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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조양호(70)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한진그룹과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003490) 경영권 향배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달 27일 대한항공(003490)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이 사내이사 재선임에 실패하면서 장남인 조원태(44)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에게 경영권 무게가 실린 만큼 ‘3세 경영’으로 경영권 승계가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조 회장이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이래 45년간 항공사업 외길을 걸어온 만큼 조 사장이 뒤를 이어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의 3대 회장으로 올라 아버지의 글로벌 항공네트워크 공백을 채울 수 있는 경영능력을 보여주는 게 관건이다.

◇‘총수 부재’ 한진그룹, 비상경영체제

한진그룹은 8일 “그룹 전체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며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 결정을 진행, 안전과 회사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은 재계 14위로 항공과 물류 등 운송업과 호텔 등 관광업의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다. 대한항공, 한진(002320), 한진칼(180640), 진에어(272450), 한국공항(005430) 등 상장사 5개와 한진관광, 칼호텔네트워크, 한진정보통신, 정석기업 등 비상장사 25개 등 총 30개 계열사로 구성돼 있다.

조 회장이 미등기 회장으로 경영권 유지에 의지가 강했지만, 숙환(폐질환)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조 사장이 물리적으로도 항공을 비롯해 물류, 관광까지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재계에서는 한진그룹 경영은 조 사장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애초 한진그룹 3세 경영은 ‘삼각체제’였다. 조 사장이 그룹 지주사(한진칼)와 항공사업(대한항공),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호텔(칼호텔네트워크)과 기내식 사업,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와 저비용항공사(진에어) 사업을 맡는 구도를 갖췄다. 그러나 일명 ‘땅콩회항’과 ‘물컵갑질’ 등 사건이 발생하면서 경영승계는 사실상 조 사장에게로 집중됐다.

조 사장이 부친을 이어 ‘한진그룹 3대 회장’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조 사장이 삼 남매 중 유일하게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어 차기 한진그룹 총수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아버지인 조 회장은 조중훈 선대 회장이 2002년 별세한 이듬해 2003년 2대 회장직에 올라 한진그룹을 이끌었다. 올해 1975년생인 조 사장이 한진그룹 3대 회장에 오르면 재계에서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LG그룹 구광모 회장에 이어 40대 그룹 총수가 된다.

◇대표이사직 대한항공이 유일…핵심 사업 ‘올인’

조 사장은 경영수업을 천천히 밟아왔다. 그는 2003년 한진정보통신으로 입사해 2004년 대한항공 경영기획팀 부팀장 등을 거쳐 2016년 3월 대한항공 대표이사 총괄부사장으로 선임됐다. 이듬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조 사장은 부친과 함께 회사 경영을 이끌었다.

조 사장은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면서는 그룹의 핵심 사업에 ‘올인’했다. 2017년 6월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을 포함해 진에어, 한국공항, 유니컨버스, 한진정보통신 등 5개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대한항공 경영에 집중한 결과 작년 매출 12조를 돌파하며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성과를 올렸다. 부친을 보좌해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조인트 벤처(JV)를 설립하는 데도 일조했다.

대한항공 내부적으로도 총수 공백을 무리 없이 채웠다는 평가다. 작년 말 조 회장이 요양 목적으로 미국으로 출국하자 조 사장은 작년 올해 시무식을 비롯해 50주년 창립기념일 등을 직접 챙기며 “50년을 넘어 새로운 100년을 향해 나가자”며 경영에 전면으로 나섰다.

조 사장은 조 회장이 맡고 있던 지주회사 한진칼을 비롯해 ㈜한진, 진에어, 정석기업, 한진정보통신, 한진관광 등 6개사의 등기임원, 한국공항, 칼호텔네트워크 등 2개사의 비등기 임원 후임을 정하는 일도 과제다.

한진그룹 고위관계자는 “조 회장 별세에도 당장 그룹 계열사의 경영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조 사장이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 경영을 진두지휘 해온 만큼 그룹 경영에도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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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국민연금 견제…지주사 ‘한진칼’ 지분 상속 관건

한진그룹은 총수 별세라는 비보 속에서 비상체제에 돌입했지만, 각 계열사 사장단이 전문경영인으로 각자 분야에서 경영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경영 판단에도 큰 혼선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지주회사 한진칼 주총에서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등 외부 견제에도 조 회장 측근인 석태수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했고, 조 회장 측 지분을 통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했다.

앞으로 한진그룹이 조 사장으로 승계를 순조롭게 이루기 위해서는 취약한 지배구조와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국민연금 등의 견제를 극복해야 한다. 특히 KCGI의 경영권 압박을 막아내야 한다. KCGI는 지난달 18일 이후 이날까지 한진칼의 주식 약 46만9000주를 추가 매수, 보유지분을 13.47%까지 늘렸다.

앞으로 한진그룹 지배구조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 17.84%를 쥐고 있는 최대주주로서 한진그룹을 지배해왔다. 조 사장의 한진칼 지분은 2.34%에 불과해 업계는 조 회장 보유주식의 상속과 상속인의 상속세 납부 등의 과정을 통해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는 조 회장 주식 지분 상속세는 1700억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상속세는 사망일로부터 6개월 이후부터는 가산세를 추가로 부과하기 때문에 한진그룹은 오는 10월 이전에 지분 정리 및 상속 문제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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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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