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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과학을읽다]①쓰레기봉투의 변신, "갖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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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모양 쓰레기봉투. [사진=M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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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길가다 버려진 쓰레기에 눈살 찌푸린 적이 많지 않으신가요? 주택가나 도심의 공원 등에 마구잡이로 버려진 쓰레기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골칫거리입니다.


도심에서는 불법적으로 버려진 쓰레기로 인한 불쾌한 냄새와 지저분한 환경 때문에 하루이틀만 수거하지 않아도 관할 관청에 민원이 폭주합니다.


이를 막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주목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쓰레기봉투입니다. 공원에서 버려진 쓰레기를 가져가도록 하기 위해 쓰레기봉투를 다양한 색상과 모양으로 변신시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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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 나타난 펭귄. 쓰레기봉투 하나로 도시의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사진=M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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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광고제작회사인 'MAQ'는 2008년 공원에서 놀다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쓰레기를 집으로 가져갈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다 귀여운 토끼모양의 쓰레기봉투 'Love it! Manner bag'을 만듭니다. 아이들이 "토끼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가자"고 말하면서 대성공을 거두게 되지요.


이에 힘을 얻은 MAQ는 꽃무늬와 나무, 물고기, 물개, 펭귄 그림 등이 그려진 디자인의 쓰레기봉투를 다양하게 출시합니다. 물고기가 그려진 쓰레기봉투가 뭉쳐있으면 바닷속을 연상케하고, 나무가 그려진 쓰레기봉투를 쌓아 놓으면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물개나 펭귄이 그려진 쓰레기봉투가 있으면 사람들이 좀 더 가까이 와서 조심스럽게 쌓아두고 가기도 합니다.


뉴질랜드의 광고회사 '콜렌소 비비도(Colenso BBDO)'는 풀더미 모양의 쓰레기봉투를 만들었습니다. 일반 쓰레기봉투가 길가에 늘어져 있으면 불쾌해지지만 이 봉투를 횡대로 세워놓으면 잔디 울타리로 보이고 전혀 지저분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쓰레기봉투를 사용한 이후 불법 쓰레기투기가 78%나 감소하고, 도심의 미관도 훨씬 깨끗해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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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광고회사 '클렌소 비비도'가 만든 풀더미 모양의 쓰레기봉투. [사진=Adeev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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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평범한 공대생 마르틴 헬치스와 시몬 아카야는 투명한 쓰레기봉투 'Goedzak bag(훗사크)'를 만듭니다. 이 쓰레기봉투는 속에 든 내용물이 보이는 것이 특징인데 다른 사람들이 봉투안의 내용물을 보고 필요하면 가져가도록 하는 것이지요.


사람들이 필요없는 물건들을 담아서 버리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고 필요한 것은 가져가는 방식입니다. 기부 물품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내놓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일정시간이 지나면 다른 쓰레기봉투와 함께 수거됩니다.


우리나라 사정은 어떨까요? 쓰레기봉투 종량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요즘은 재활용품 분리수거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2016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가 쓰레기 종량제봉투 실명제를 시범운영하기로 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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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더미 모양의 쓰레기봉투가 도시의 미관을 바꿨습니다. [사진=Adeev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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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량제봉투에 집주소가 적힌 스티커를 붙여야 하는데 영통구는 "자기가 버린 쓰레기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밀어 붙였습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쓰레기봉투의 주소 이용 범죄에 악용될 것", "인권침해"라면서 반발했지요. 이보다 앞선 2014년 종량제봉투 실명제를 실시했던 서울 광진구는 '사생활 침해'라는 주민 반발로 실명제를 중단했습니다.


반대로 종량제봉투 실명제가 대성공을 거둔 지방자치단체도 있습니다. 강원도 평창군입니다. 평창군은 2015년 진부면 주민들이 “쓰레기에 이름을 써서 내자”고 군청에 건의하면서 실명제를 시작했는데 쓰레기 배출량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쓰레기 감축 효과가 크게 나타나면서 지금도 실명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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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는 속이 보이는 쓰레기봉투가 있습니다. 버려진 것 중 필요한 것은 챙겨가고, 남는 것은 버려집니다. [사진=waarma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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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1일부터 자원순환법이 시행되면서 모든 지자체는 전년도 생활폐기물 발생량에 따라 소각폐기물은 톤당 1만원, 매립폐기물은 톤당 1만5000원의 폐기물처분부담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지자체가 재활용 분리수거를 더욱 철저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서울 양천구를 비롯해 종량제봉투 실명제를 시행하는 지자체는 점점 느는 추세입니다.


쓰레기봉투에 집주소를 붙여 배출된 쓰레기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나라처럼 우리도 쓰레기봉투의 디자인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쓰레기봉투를 놓는 곳과 봉투의 디자인을 모두 바꿔 쓰레기봉투를 놓을 때마다 즐거운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할 수는 없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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