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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Law&이슈] 사법부 '진보 열차'로 환승... 낙태죄부터 전향판결 쏟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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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임기내 헌법재판관 8명 교체

대법관도 14명 중 13명 임명

양대 사법기관 진보색채 짙어져

국정농단 상고심 등 영향 미칠듯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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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는 위헌이다. 형법 제269조를 폐지하라.” 주말인 30일 서울 도심에 한국여성단체연합과 민주노총 등 23개 단체가 모여 낙태죄 폐지촉구 집회를 열고 기존 판단과 다른 전향적 선고를 내려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4월 초 특별기일을 잡아 낙태죄 위헌 여부를 선고할 헌법재판소를 겨냥해 시민단체가 압박에 나선 모습이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이르면 4월 11일에 낙태를 금지한 형법에 대한 위헌 여부를 판단한다. 2012년 8월 합헌으로 결정했던 낙태죄가 다시 심판 받는 것으로 전향적 판단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헌재의 구성이 친정부 성향에 가까워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헌재 재판관 9명 중 6명을 문 대통령이 임명하면서 보수 색채가 옅어지고 진보 성향이 강해졌다는 이유다. 대법원도 올해 안에 2016년 2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상고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행정소송에 대한 결정을 내놓는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여러 차례 전교조 법외노조를 해결하겠다는 약속해 이를 사법부가 수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법부와 헌재가 진보 열차로 갈아탔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직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 등 최고 사법기관이 지난해부터 사회적 논란에 대해 진보적 방향으로 판단을 튼 것 같다”며 “4월 헌재의 낙태죄 판결 이후 친정부성향 판결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으로 방향 튼 사법기관들=정권 교체 이후 사법부와 헌재가 이전 정부 때 판결을 뒤집는 사례가 많아졌다. 2017년 12월 사법고시 폐지와 관련한 헌재의 합헌 선고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국회와 법원 앞 100m 집회금지 조항을 위헌으로 판결했다.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를 합헌으로 결정해 규제 대상을 쇼핑몰·백화점으로까지 확대하려는 현 정부 정책 방향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외교분쟁 우려를 이유로 5년 이상이나 선고를 연기했던 일본 강제징용 판결이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해 7월 부리나케 전원합의체에 회부돼 단 3개월 만에 피해자들 승소로 결론 났다. 헌재와 대법원의 성향 변화를 극명하게 보인 판결은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허용에 대한 2004년과 2011년의 결정을 지난해 뒤집은 것이다. 심지어 유남석 헌재소장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우리는 언제나 희망이 있다는 것을 봤고 그 희망의 길에 헌법재판소도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문 정부의 국정 철학과 정책에 동조하겠다는 뉘앙스의 발언으로 중립성 포기라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23년까지 ‘진보사법부’ 탄탄대로=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양대 사법기관의 성향 변화는 올해를 기점으로 더 강화될 것이란 게 법조계의 공통적 시각이다. 서기석·조용호 헌법재판관이 오는 4월 18일 퇴임할 경우 헌재에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 재판관은 한 사람도 남지 않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명한 한 명을 빼고 문 대통령이 임명한 재판관은 9명 중 8명에 달한다. 2023년까지 헌재에 남는 보수 성향 재판관도 황교안 전 대통령권한대행 시절 임명된 이선애 재판관과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이종석 재판관 둘뿐이다. 현 정부 인사로 과반을 채운 대법원도 진보색채가 더 짙어졌다. 현재 대법관 14명 가운데 9명을 문 대통령이 임명했고 2021년까지 4명이 더 교체될 예정이라 문 대통령은 임기 중에 14명 가운데 13명의 대법관을 임명하게 된다. 이에 따라 당장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건은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상고심이 꼽힌다. 현 정부의 1호 공약이 ‘적폐청산’이었던 데다 최대 쟁점인 ‘삼성 뇌물’과 관련한 하급심 판단이 엇갈린 상황에서 대법관들의 성향 변화를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 고위직 법관 출신 변호사는 “헌재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대법원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 많아 진보적 성향으로 쏠린 재판부 구성 탓에 법조계 내부에서는 ‘진보사법부’는 표현이 등장했다”며 “앞으로 있을 군 동성애 처벌 위헌법률심판과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조항 위헌법률심판 등 주요 사건에 대해 보수에서 진보색채 판결로 무게 중심이 이동한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했다. /이현호·윤경환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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