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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74편] 배상을 위기관리라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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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의 위기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항상 그 위기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기와 관련 된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은 피해를 입었거나 입었다 주장한다. 흥분 해 있거나 화가 나 있고, 아파하고 슬퍼한다. 불만을 가지고 있고, 일부는 싸우려고 한다. 위기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은 그런 특성을 지닌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에게 이해관계자들의 관점에서 해당 위기를 바라보라 조언 한다. 그들의 관점에 서서 보는 것이다. 어떤 감정일지 계속 공감해 보라는 것이다. 공감되는 감정이 위기관리의 핵심이다. 큰 피해를 받아 화가 나고, 슬프고, 고통스럽게 느껴진다면 그 안에 위기 해법이 존재한다. 위기관리 실행을 통해 그 감정을 적절하게 해소해 주면 된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한가지 착각을 한다. 이해관계자들이 주장하는 피해에 대해 단순히 배상만 해 주면 그 뿐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100만원의 피해를 보았다고 하니까 그 100만원을 이해관계자에게 배상 해 주면 더 이상 문제는 없어지고, 그들의 감정도 이내 사라질 것이라 단정 한다.

기업 스스로 이런 생각을 가지고 배상을 내부에서 논의한다. 빨리 배상 해 버리자는 이야기를 한다. 배상을 하면 곧 위기가 사라질 것이라 예측을 한다. 그러나 이후 해당 기업은 배상에 대한 계획이나 액수를 밝힌 후에도 위기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당황스러운 상황과 맞닥뜨리게 된다. 기업측에서는 무엇이 잘 못된 것일까 고개를 갸우뚱한다.

만약 배상에 대한 계획을 커뮤니케이션 했음에도 해당 위기가 관리되지 않고, 이해관계자들의 감정에 변화가 없다면 그 위기관리는 전반적인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배상은 기본적으로 위기관리가 아니다. 기업의 문제로 입은 이해관계자들의 이전 손해나 피해액을 다시 되 갚아 주는 것일 뿐이다. 당연히 기업이 했어야 할 일일 뿐이다.

일정기간 위기가 발생 지속되었다면 이해관계자들에게는 이전 손해나 피해규모를 훨씬 상회하는 고통의 시간과 감정이 추가되었을 것이다. 이 부분을 간과하기 때문에 일반적 배상 계획은 위기관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배상 분야가 추가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배상 계획을 커뮤니케이션 했음에도 위기관리와 이해관계자 관리가 잘 되지 않으면 기업은 이때부터 이해관계자들을 적대적 시각으로 보기 시작한다.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지적한다. 정신적 피해 배상까지는 어렵다 이야기한다. 배상 이외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이해관계자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기 시작한다. 우리니까 그 정도라도 배상 하지 다른 기업이었으면 어림도 없다고 이야기 한다. 이번 배상에 합의하지 않으면 영원히 손해 회복은 어려울 수 있다 으름장도 놓는다.

다시 생각해 보자. 배상은 아주 최소한의 피해 회복 노력일 뿐이다. 이해관계자들이 고통스러워 하는 ‘피해’에는 금전적 부분을 넘어 자신이 경험하지 않아도 되었던 불필요한 것들이 상당부분을 차지 한다. 그 비가시적 피해들은 배상을 통해 절대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그러한 비금전적 배상 분야를 위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법적으로 배상액을 정해 배상해 주겠다는 커뮤니케이션만으로는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 그에 불만을 가진 이해관계자들과 또 다른 갈등과 충돌을 야기해 보아도 아무 것도 마무리 되는 것은 없을 것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배상의 이전, 과정, 이후에 이르기 까지 이해관계자들이 가진 감정을 적절하게 케어 하는 데 주요 목적이 있다. 선제적이고 사전적인 커뮤니케이션 노력을 통해 물질적인 배상이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정지작업을 하는 역할을 한다.

배상 과정에서도 이해관계자들이 순순히 그 과정에 합의하고 계획에 호응할 수 있도록 적절한 감정적 지원을 유지하는 것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다. 이후에도 지속적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지나간 위기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남은 기억과 감정과 잔존 피해들까지 케어한다.

그렇다면 배상 자체가 핵심이라기 보다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적절한 배상이 핵심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옛말에 천냥 빚도 말 한마디로 갚는다 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이야기다. 절대로 단순 배상과 법적 의무에 따른 배상만을 가지고 위기관리라 하지 말자. 이해관계자들의 감정에 기업이 시종일관 공감하면 정답이 나온다.

제대로 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있어야 제대로 된 배상도 존재한다. 제대로 된 배상이 있어야 제대로 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도 존재할 수 있다. 위기관리란 이처럼 A and B의 개념이 자주 요구된다. 흔히 생각하듯 A or B라는 개념은 좀처럼 유효하지 않다. 뭐든 최대한 제대로 하자.

◇필자 정용민은 누구?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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