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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트럼프 재선, 여전히 불투명…“특검 보고서로 무죄증명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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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은 24일(현지 시각) 미 하원 법사위원회에 로버트 뮬러 특검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보고서 요약본을 제출했다. 바 장관은 민주당 소속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특검팀이 2016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선거진영 측과 러시아 간 공모 사실을 찾지 못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 의혹에 관해서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 장관의 서한이 공개된 직후 ‘마녀 사냥’이라는 기존의 수사(修辭)를 반복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주말을 보내고 백악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완전하고 전면적인 면죄"라며 "(특검의 수사는) 실패로 돌아간 불법적인 테이크다운(레슬링에서 서 있는 상대 선수를 쓰러뜨려 매트에 눕히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경고했다. ‘말싸움’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검의 수사 결과가 전부 공개되면 2020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측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3월 24일 워싱턴DC로 돌아가기 위해 플로리다주(州) 팜비치 공항에서 전용기를 탑승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로버트 뮬러 특검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결과와 관련 “완전하고 전면적인 면죄”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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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특검이 특정 수사에 대해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일련의 범죄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는 ‘범죄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믿는다’가 아니라 ‘유죄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모으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특검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의심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를 근거로 청문회를 비롯한 자체 조사를 이어갈 수 있다.

뮬러 특검이 법무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단순 증거 불충분 때문이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결론을 내리기로 정했다고 밝혔다면 민주당에 실어지는 힘은 더욱 커진다. 민주당은 바 장관의 서한을 통해 극히 일부 공개된 내용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며 전문 공개를 위해 대법원까지 갈 용의가 있다고 밝힌 상태다.

뮬러 특검이 일부러 결론 없이 수사를 종결했으며, 법무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거들을 남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특검의 공정성이 의심을 받고 있는 만큼 의회에 모든 증거를 넘기고 트럼프 대통령의 유·무죄 여부 결정을 맡기는 전략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법률회사 ‘브라운 화이트 앤 오스본’ 소속 변호사이자 전 연방검찰이었던 켄 화이트는 "뮬러 특검은 수사 결과의 본질이 너무나 정치적인 만큼 그가 제시하는 어떤 결론도 공정하게 보이지 않을 것임을 알고 의회의 대통령 탄핵 권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을 수 있다"며 "뮬러 특검이 명시적으로 권고하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그가 유죄에 대한 증거를 어떻게 정리했는지를 검토함으로써 그의 결론을 추론할 수 있다. 검찰은 대체로 사실을 중립적으로 진술하는 데에 능숙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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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이 2019년 3월 24일 미 하원 법사위에 제출한 로버트 뮬러 특검팀의 4쪽짜리 ‘러시아 스캔들’ 수사 결과 보고서 요약본. 바 장관이 이날 의회에 제출한 요약본에 따르면, 특검팀은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선거진영 측과 러시아 간 공모 사실을 찾지 못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 의혹에 관해서는 유·무죄 판단을 유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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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장관과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차관이 무엇을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기소 결정을 내리지 않았는지도 쟁점이다. 바 장관과 로젠스타인 차관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기용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바 장관과 로젠스타인 차관이 22개월간의 수사 내용이 담긴 보고서가 제출된지 48시간 만에 ‘증거가 부족하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바 장관이 서한에 적은 "사법 방해로 규정할 만한 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표현도 분쟁의 여지가 있다. 이것만 가지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로 사법 방해를 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대통령의 권한으로 행한 것이기 때문에 사법 방해로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인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 장관은 앞서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경질로 촉발된 뮬러 특검의 수사가 "대단히 잘못됐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은 부하 직원을 고용 또는 해고하거나 행정부의 수사 과정을 지휘하는 등 특정 핵심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이는 사법 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외신은 뮬러 특검의 수사로 촉발된 각종 수사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뉴욕주 검찰은 트럼프 대통령이 성관계 사실을 밝히겠다는 포르노 배우에게 입막음용 합의금을 건넸다는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 일가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부동산 회사와 재단의 비리 의혹도 각각 수사 중이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칼럼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두 가지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특검의 결론은 민주당이 오랫동안 꾼 꿈의 종말처럼 들리지만 사실 축복이다"라며 "의회와 뉴욕주가 수사 중인 다른 사건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왜 그토록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멈추려고 했는지 밝혀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디언은 또 "이는 앞으로 1년 동안 더 많은 의회 (청문회) 폭로와 기소가 나올 것이란 의미"라며 "2020년 대선은 지난 선거에 얽매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대통령 자리에 적합한지를 논하는, 전향적인 선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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