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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사설] 증권거래세 인하하면 주식 양도세 강화 앞당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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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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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증권거래세를 내리기로 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주식의 거래대금에 물리는 증권거래세 세율은 0.3%에서 0.25%로, 비상장주식은 0.5%에서 0.45%로 각각 0.05%포인트 인하된다. 시행령만 고치면 되는 상장 주식은 올해 상반기에, 법을 개정해야 하는 비상장 주식은 내년 4월부터 내릴 것으로 보인다.

애초 정부는 세수 감소를 우려해 증권거래세 인하에 부정적이었으나 여당 요구에 밀려 방침을 바꿨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월 증권사·자산운용사 사장들을 만나 증권거래세를 아예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증권거래세 인하를 두고 찬반양론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세수 결손을 메울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세율 인하로 증권거래세가 지난해(6조2천억원) 대비 1조4천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한다. 일부에선 증권거래세가 내리면 그만큼 주식 거래가 늘어나 결과적으로 증권거래세도 증가할 것이라 주장하지만, 그건 가설일 뿐 대책이 될 수 없다.

저출산·고령화·양극화 등 재정 투입을 늘려야 할 분야가 한두곳이 아니다. 증세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정부와 여당이 자꾸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하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지난주 열린 당·정·청 협의회에선 올해 폐지될 예정이던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3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초과 세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엔 반도체 호황과 집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세금이 정부 목표보다 25조5천억원이나 더 걷혔다. 하지만 올해는 세계 경제 둔화와 주택 거래 감소 등으로 세수 사정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1월 국세 수입 진도율(목표액 대비 징수액)이 12.6%로 지난해 1월(13.7%)보다 1.1%포인트 떨어졌다. 정부의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히고 있다는 얘기다.

주식 양도차익 과세 강화라도 앞당겨야 한다. 현재 주식 양도소득세는 보유 주식이 15억원 이상인 대주주에게만 물리는데, 정부는 2020년 10억원 이상, 2021년 3억원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국세청이 지난달 유승희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주식 양도차익이 17조4천억원에 이른다. 상위 1%가 이 중 61%를, 상위 10%가 90%를 가져갔다. 주식 부자들이 양도 차익을 독식하고 있는 것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게 조세의 제1 원칙이다. 정부는 증권거래세와 주식 양도세의 전반적인 조정을 중장기 과제로 검토한다는 방침인데, 증권거래세를 내리기로 한 만큼 양도세 강화를 늦출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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